달구벌 얼찾는 모임

입력 2004-11-13 15:49:23

" 잊어진 대구 문화 유산 시민에게 찾아주죠"

'연귀산 돌거북 바로 놓기, 팔공산 옛 이름 찾아주기, 대구 다시보기 문화탐방, 유출문화재 되찾기 운동….'

달구벌 얼찾는 모임(달찾모·회장 이정웅)은 결성된 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지만 그동안 지역 사회에서 굵직굵직한 일을 해냈다.

누구나 관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발벗고 나서서 하기 힘든 일들을 직접 해온 달찾모는 1년여 전 소박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약 60여년 만에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연귀산 돌거북의 경우에도 사실 관심을 가진 시민들은 많았거든요. 큰 사고나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돌거북 위치가 잘못돼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었지요. 하지만 그동안 누구 하나 선뜻 나서서 그 일을 추진하긴 어려웠던 게 사실이죠. 우리 모임에선 그런 것들부터 시작했습니다.

"

달찾모의 총무 한영기(54)씨는 모임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로 지역 사회에 대한 관심을 나누던 몇몇 회원들이 주축이 돼 관심을 가진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들을 중심으로 회원을 모집했던 것이 달찾모가 되었고 지난해 9월엔 정식으로 창립식을 가졌다.

회원 수는 20여명에 불과하지만 회원들이 일단 모였다 하면 각 분야의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온다.

공무원, 풍수지리학 전공 교수, 시민운동가, 교사, 문화유산해설사 등 회원들이 다양한 면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따라서 자신의 분야 이외에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재미로 꼽는다.

기획사를 경영하고 있는 회원 이진용(42)씨는 "지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면서도 지역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게 많았던 것 같다"면서 "각 계의 사람들이 다 모여 있으니 이야기 듣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달찾모의 활동은 지난해 11월 현 제일여중 자리의 연귀산 돌거북을 바로 놓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풍수지리학적으로 대구의 남에서 북으로 통하는 기가 이 일대에서 흩어진다 하여 이를 잇기 위해 머리를 남으로, 꼬리를 북으로 둔 돌거북을 놓았다는 기록을 토대로 한 것. 앞산이 불꽃 형상인데다 달구벌에 불이 잦아 불과 상극인 거북을 만들어 놓았더니 불이 나지 않더라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해방 직전인 1945년 돌거북 위치를 옮기고 방향도 바꾸어 놓아 최근까지도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었다.

최근 몇 년간 상인동 가스폭발 사건, 지하철 참사 등 지역에서 대형 사고가 이어지자 달찾모가 앞장 서서 돌거북 머리 바로놓기 운동을 벌인 끝에 지난해 11월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팔공산 제천단도 달찾모가 찾아내 표석을 세우고 지난 7월엔 고유제(告由祭)를 지내기도 했다.

이 제천단은 통일신라 당시 가장 중심이었던 팔공산 정상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역사적인 자리이지만 정상 봉우리가 군부대로 편입되는 바람에 오랫동안 그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역사기록에만 존재하던 제천단의 존재를 이정웅 회장이 직접 확인을 거친 후 표석을 세우게 된 것. 이 회장은 "제천단은 오래 전부터 조상들이 안녕을 빌어온 매우 중요한 장소인 만큼, 앞으로는 성화 채화를 이곳에서 하는 등 역사적 중요성을 일반인들에게도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달찾모가 이런 큰 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드는 비용을 회원들의 회비만으로 충당하기는 힘들었던게 사실. 하지만 우연찮게도 행사를 할 때마다 자진해서 돕겠다는 후원자가 나타나 때로는 사업가의 도움으로, 때로는 일반 시민의 관심 덕분에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지난 8월엔 지역에 산재해 있는 고인돌을 답사, 보존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대구수목원 내 터를 마련, 도시 개발 등으로 불가피하게 옮겨야 하는 고인돌의 경우 앞으로 수목원에 모으기로 관할 구청과 수목원과의 대화를 이끌어냈다.

한영기 총무는 조만간 왕건의 도주로를 답사, 이 곳을 마라톤 코스로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왕건이 참패한 팔공산 파군(破軍)재, 왕건이 홀로 앉아 있었다는 봉무동 독자(獨者)바위, 안심과 반야월 등 왕건과 관련한 지명이 아직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 중 적절한 곳을 골라 마라톤 코스를 만든다면 사람들이 역사를 다시 되새길 수 있을 겁니다.

달찾모는 이처럼 묻혀 있는 지역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일반인들과 나누는 모임이 될 것입니다.

"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사진: 달찾모 회원들이 지난해 연귀산 돌거북 바로놓기사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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