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앙 아말비 지음/아카넷 펴냄
역사에 이름을 남긴 두드러진 인물들의 삶과 업적은 역사가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남다른 관심의 대상이다.
초상과 동상이 제작되고, 위인전들이 어린이에게 권장되며, 또 이들의 삶은 영웅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소설이나 연극무대, 극장에서 재연되기도 한다.
영웅들이 없다면 역사가 기억될 수도, 쓰일 수도, 더 나아가 만들어질 수도 없을 정도다.
이처럼 인간의 역사를 책임지고 있는 영웅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국어사전을 펼쳐보면 영웅은 재지(才智)와 담력과 무용(武勇)이 특별히 뛰어난 인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웅은 태어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프랑스 국립도서관장을 지냈던 크리스티앙 아말비는 후세의 기억에 의해 영웅들은 만들어진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그가 펴낸 책 제목도 '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이다.
저자는 후세의 기억에 의해 영웅이 만들어지지만, 그 기억도 시대적 상황과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등 생명력이 짧다고 말한다.
즉 영웅이란 죽고 나서 한층 더 길고 파란만장한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데, 그 사후의 인생이 펼쳐지는 무대는 바로 후대인들의 변화무쌍한 기억이라는 것.
최근 영화소재의 단골손님이 되고 있는 잔 다르크를 예로 들어보자. 백년전쟁에서 외세의 침략을 물리친 구국의 성녀라는 평가에 대해 과연 영국 역사교과서에는 어떻게 다뤄져 있을까. 멀리 갈 필요없이 우리 경우만 해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내에 재조명되고 있는 성웅 이순신 장군에 대해 일본인들도 같은 생각을 할까.
이러한 까닭에 프랑스인 저자는 책에 지구상의 수많은 영웅 중 프랑스 태생의 국민영웅 80여 명만을 추려놨다.
카이사르의 침략에 맞서 조국을 지킨 갈리아의 영웅 베르생제토릭스, 영국의 침략을 막아낸 잔 다르크,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 독일의 침공에 맞서 프랑스를 해방시킨 드골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역사 2천 년을 빛낸 영웅들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그러나 그들을 무조건 우상화·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라 영웅의 탄생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과 갈등을 드러내고 시민적 합의가 도출되는 과정을 분석한 것이 이 책의 묘미다.
영웅들에 대한 국민들의 기억이 어떻게 생성되고, 변형되고, 전승되는지 그 과정을 면밀히 추적함으로써 과거에 대한 기억이 국가 권력 및 사회적 갈등과 어떤 관련을 맺고 또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것.
이 책은 과거사 관련 쟁점들을 둘러싸고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친일파 문제를 비롯한 일련의 사안들은 언제 어디서든 불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거의 지도적 인물들을 역사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하고, 그들에 대한 기억을 올바르게 보존하기 위한 좀 더 체계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200쪽 남짓한 분량의 프랑스 영웅사 여행을 마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저자의 표현대로 '초등학교의 수호신이요, 학생 부족의 상징적 토템'인 우리 민족의 영웅들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기억은 몇 가지나 될까?"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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