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가뭄 끝 단비"…부동산시장 풀릴까?

입력 2004-11-10 10:52:38

"1년여 간 지속된 가뭄 끝에 내린 단비나 다름없습니다."

정부가 9일 대구를 포함한 6개 지방도시의 주택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권 전매 금지규정을 완화, 연내 시행키로 하자 주택건설 및 부동산업계는 일제히 반색했다. 그동안 극도로 얼어붙었던 부동산시장이 다소나마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각종 규제를 탄력 운영해 침체돼 있는 부동산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건설교통부의 이번 조치는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규제일변도'에서 '탄력운영'으로 전환한 것으로 향후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혜지역의 아파트 분양률은 다소 올라가겠지만 전반적인 경기불황에다 종합부동산세 등 다른 강력한 부동산관련 규제들이 대기해 있어 전체 부동산시장 판도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투기과열지구 규제완화 배경

투기과열지구 규제 완화조치는 지방도시의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나온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대구에서는 수성구가 작년 10월 2일, 그 외 7개 구·군지역이 11월 18일부터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전면 금지되는 주택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었다. 이 영향으로 그동안 미분양 아파트가 갈수록 쌓여 올 상반기에는 5천여가구(주상복합 포함)를 웃돌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다 물량을 기록했다.

건설사들은 신규분양을 미루거나 포기해, 관련산업이 함께 약체로 변하고 고용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낳았다.

건교부는 일부 지방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전면해제를 검토하기도 했으나 시장이 다시 과열될 수 있는데다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에 전면해제 대신 규제 일부완화 방침을 선택한 것이다.

◆1년 후 분양권 전매 가능

이번 조치로 아파트 분양계약을 한 지 1년이 지난 뒤부터는 분양권을 횟수에 관계없이 사고팔 수 있다. 이미 계약이 끝나 1년이 지난 아파트 분양권도 소급적용돼 무제한 전매가 가능해진다. 단 분양권 전매시 양도자가 거래당사자·가격 등이 적힌 매매계약서 사본을 첨부, 건설사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건설사는 거래내용을 국세청에 통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1년 전 분양을 받고도 분양권을 팔지 못해 묶였던 자금들이 차츰 풀려나와 또 다른 신규분양 아파트에 가세, 분양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시장에 돈이 돌면서 내수시장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분양 이후 입주시까지 2, 3년 간 돈을 묶어놓아야 했던 실수요자들이 1년 뒤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종전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분양시장을 노크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이번 조치로 혜택을 보는 단지는 현재 분양 중에 있는 달성군 화원읍의 '대곡역 래미안'과 동구 신서동의 '신일해피트리', 또 11월 하순 분양을 앞두고 있는 달서구 성당동 '코오롱하늘채(성당주공3단지 재건축)' 아파트 등이다. 실제로 투기과열지구 규제완화 발표가 있은 9일 오후 분양 중인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으며, 계약을 하겠다는 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다수 찾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심정보 삼성래미안 대구분양소장은 "전면 해제가 아니어서 아쉽긴 하지만 대기 관망수요자들을 상당수 분양시장에 끌어들이는 효과는 얻었다"면서 "분양시장의 50%는 실수요자, 나머지는 투자세력으로 채우면 시장이 바로 활기를 찾을 것"으로 관측했다.

◆미분양 속속 팔려나갈 듯

이번 조치로 그동안 주인없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던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도가 시행되는 다음달로 1년이 되거나 1년이 지난 아파트의 경우 작년 10~11월 주택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분양된 것이라도 바로 전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로열층을 중심으로 매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구에는 주상복합을 포함, 4천여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신규분양 서둘러

건설사들은 이번 조치에 힘입어 신규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한라·경남주택은 당초 내년 1월쯤 분양 예정이었던 달성군 다사읍 죽곡택지 내의 아파트(605가구)를 연내에 분양키로 했다.

신동아건설은 달성군 화원읍에서 내달 중 430가구를 분양할 예정이고, 삼성물산은 성당주공 1·2단지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추진한다는 방침 아래 조합과 함께 관련 행정절차를 밟는 데 총력을 쏟기로 했다.

화성산업도 시공 수주를 해둔 송현주공 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하고, 이달 중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한 뒤 내년 4월부터 이주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코오롱건설은 이달 중 성당주공3단지 재건축 물량을 분양한 뒤 내년 초 남구 봉덕동 단독주택지에 45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수성구 수성4가에서 1천여가구 분양을 준비 중인 주택사업시행사인 대상C&C도 분양시기를 내년 초로 당길 방침이다. 월드건설은 수성구 노변동 752가구를 모델하우스 설치가 끝나는 내년 2월 분양키로 했다.

◆재건축 시장 활성화 기대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재건축 후분양(80% 공정 후 일반분양) 제도를 지방도시를 제외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한해 한정 적용키로 함에 따라 대구에서 추진돼 오다 답보상태에 놓였던 달서구 송현주공(1천610가구→2천424가구로), 성당주공1·2단지(2천720가구→3천466가구로) 등 저층아파트의 재건축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들 저층 단지의 경우 재건축조합이 결성돼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하고도 선 시공 후 분양제 규정으로 인해 그동안 더 이상 사업추진을 못한 채 맥빠진 상태였었다.

◆투기과열 대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서울과 수도권에 대해서는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해 두고, 지방만 풀면 서울의 청약통장들이 대구와 부산 등 지방으로 대거 몰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방의 청약통장 1순위자들이 높은 청약경쟁률에 밀려 청약을 못하면서 다시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붙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청약통장 순위 자격을 해당 지역 거주 1년 이상 등으로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택분양 전문업체인 대영레데코 이호경 대표는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를 풀어 시장을 살리되 투기세력 비대화에 따른 실수요자들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는 청약지역에서의 거주기간을 늘리는 등 청약자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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