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서 변조수표로 30억원 사기 인출

입력 2004-11-04 11:02:25

변조된 5억.10억원짜리 자기앞수표 일반권(쌍둥이 수표)이 농협 일선 지점 창구를 통해 손쉽게 현금 등으로 인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동안 변조된 수표가 금은방 등에서 물건을 사고 환전해 가는 수법으로 사용된적은 종종 있었지만 금융기관 일선 지점 창구를 통해 현금 등으로 인출된 사례는 처음으로, 현행 금융 조회 시스템으로는 적발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나 금융당국에비상이 걸렸다.

3일 경기도 의정부경찰서와 의정부 농협 J지점에 따르면 지난달 6일 마감시간을앞두고 S(60)씨가 찾아와 5억원과 10억원짜리 자기앞수표 각각 2장씩 모두 30억원을제시, 이중 13억원을 수표로 교환하고 나머지 17억원을 농협 등에 분산, 예치했다.

그러나 이 수표는 하루 전인 지난달 5일 농협 인천 B지점이 인천의 한 벤처기업에 발급한 수표를 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S씨가 돈을 찾아간 다음 날인 지난달 7일 오후 해당 벤처기업 관계자가 B지점에 진짜 수표를 제시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수표 위조 사실을 확인한 J지점은 돈이 이체된 8개 은행 점포에 지급중지를 요청했지만 이 사실이 확인되기 직전까지 모두 26억원이 인출된 뒤였다.

나머지 4억원은 이후 명동 사채시장에서 돈세탁 과정 중에 지급정지됐다.

경찰 조사결과 이 쌍둥이 수표는 정상적인 일반권 자기앞수표를 발행일자와 금액, 일련번호 8자리 가운데 뒷부분 3자리를 약물로 지우고 원본 수표 것과 동일하게변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용의자 S씨는 이에 앞선 지난 9월 21일과 10월 5일 농협 인천 B지점에서 22만∼35만원짜리 일반권 4장을 발급받아 쌍둥이 수표를 만드는데 활용했다.

또 "충북 아파트 사업을 위해 발행되는 국민채권을 싸게 사 줄테니 자금력을 확인해 달라"고 벤처기업을 속여 원본 수표의 금액과 일련번호 등을 범행 직전에 알아내는 등 치밀한 사전 준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변조 수표는 J지점 단말기 도난.위.변조 사실 점검 과정에서 무사 통과, 동일한 수법의 범죄가 재발할 경우 사실상 적발하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

J지점 관계자는 "현금 인출 당시 육안으로는 물론 단말기와 발행사무소(B지점) 확인 과정에서조차 변조 사실을 알 수 없었다"며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속수무책" 이라고 시인했다.

경찰청 지능범죄과 관계자는 "현재 금융 시스템으로는 정상적인 수표를 쌍둥이수표를 만드는데 사용한 이런 유형의 범죄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달아난 S씨와 S씨를 도와 원본 수표 번호 등을 알아낸 K씨 등 2명을 수배와 함께 출국금지 조치하는 한편 S씨에게 예금 계좌를 빌려준 C씨 등 3명을 상대로 공범 여부를 조사중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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