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이 헌재의 '관습헌법' 위헌결정으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었다.
새삼 교과서에서 배운 삼권분립의 존재를 확인한 몇 안 되는 기회였다.
이번 결정을 보면서 행정수도이전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를 새삼 확인하고, 한편으로는 기득권세력이 우리 사회에서 가진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수도이전은 주로 새로운 국가가 개국하거나 왕의 강력한 결단에 의해 이루어졌다.
고구려의 수도를 국내성에서 평양성으로 옮길 때에는 신이 점지해 주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국내성이 협소하고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반면 평양성은 육로교통과 바닷길 연결이 매우 쉬웠다.
고조선의 수도이자 문화의 중심지인 평양성 천도로 장수왕은 광개토왕이 다져놓은 권력기반을 바탕으로 쉽게 평양성으로 이전이 가능했다.
고려는 맨 처음 궁예가 현재 개성인 송악을 수도로 삼았으며 왕건이 궁예를 내쫗고 권력을 장악한 후에는 승려 도선의 추천에 따라 개경에 왕궁을 짓고 수도로 삼았다.
왕건의 개경수도입지는 풍수지리설에 따른 것이다.
이 후 정종이 서경인 평양에 수도를 옮기려고 했으며 공민왕 때는 지금의 서울인 남경천도를 시도하였지만 모두 실패하였다.
천도실패의 원인은 모두 중앙호족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중종은 당숙인 왕식렴의 비호로 서경천도를 시도했지만 개경호족세력이 연합하여 이를 막았다.
공민왕은 원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한 반원정책으로 남경천도를 시도하였다.
그러나 천도가 알려지자 개경의 민심이 흉흉해지고 백성들이 서로 먼저 남경으로 이주를 시도하자 포기하였다.
우왕시절에도 흩어진 민심을 얻고자 남경천도를 시도했지만 이성계의 반란으로 실패하게 된다.
조선은 반란으로 권력을 잡은 태조 이성계의 입장에서도 천도는 매우 절실한 문제였다.
고려의 비호세력이 개경에 집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태조는 수도이전이 없이는 왕권을 장악하고 새로운 왕조를 제대로 펼칠 수 없다는 계산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풍수도참설과 더불어 유언비어를 퍼뜨려 개경이 수도로서 기운이 다했다는 등 수도이전은 여론의 힘을 얻게 된다.
그러나 태조도 마음대로 쉽게 수도를 이전하지 못하고 개경의 호족세력을 무마하고 한양으로 이전을 확정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천도를 단행하지 않고 천년왕국을 유지한 신라는 어떠한가? 신라는 삼국통일을 이룩한 후 경주가 협소해 한때 천도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결국 이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
주된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귀족들의 권한이 워낙 강해 왕권이 약화된 기반 하에서 감히 천도를 단행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둘째는 신라의 삼국통일은 당나라의 비호 아래 이루어졌는데 천도와 같은 중대한 사안을 과연 당나라로부터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혜공왕 이후 왕권이 1, 2년에 불과했으니 왕들은 그저 귀족들의 눈치나 보며 천도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역사에서 살펴보면 수도이전은 고려나 조선의 경우처럼 국가를 개국하거나 고구려의 경우처럼 왕권이 매우 강력할 때 가능하다.
수도이전의 가장 큰 변수는 바로 중앙의 집권세력과 호족들이다.
고려의 중종과 공민왕은 모두 중앙호족세력 연합에 의해 수도이전이 좌절된 경우이다.
신라시대에는 미약한 왕권과 당나라 의존적인 사대주의로 수도이전을 꿈도 꾸지 못했다.
지금의 행정수도 이전 실패도 과거 역사와 다르지 않다.
어려운 경제, 서울의 권력계층의 동의부족, 민심을 얻지 못한 대통령 등… 이런 요소들이 행정수도 이전실패의 한 요인이 아닐까? 라고 역사에서 추론해본다.
조광조가 34세에 정치에 입문하여 성균관 6급인 전적에서 시작하여 초고속승진으로 지금의 교육부 차관인 홍문관부제학에 이르렀지만 가짜 공신과 '신하가 왕을 바꾼 공신'을 축출하기 위해 '위훈삭제'를 단행하였다.
이를 단행하면서 공신록 삭제와 재산몰수를 단행하려다 3일 만에 기묘사화로 유배와 사사되니 그가 단행한 개혁은 4년 만에 막을 내린다.
중앙귀족을 쉽게 보면 되는 일이 없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권오상(상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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