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낙엽은 왜 생기나?

입력 2004-10-19 19:53:56

잎에서 뿌리로 영양분 이동 '겨울나기 준비'

'가을의 전령사', 단풍과 낙엽이 지천으로 깔리고 있다.

도심의 거리와 산을 아름답고 운치있게 수 놓는 단풍과 낙엽….

그러나 알고 있을까?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는 단풍과 낙엽이 혹독한 겨우살이를 준비하는 나무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을. 이를 알고 대한다면 한 그루의 앙상한 나무라도 더 아끼는 맘이 들 수 있지 않을까. 단풍과 낙엽에 대해 알아본다.

◇단풍은 왜 생길까

'단풍'은 겨울을 앞둔 수목에서 일어나는 생리적인 변화로 녹색의 잎이 적색, 황색, 갈색 등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 녹색 잎은 봄부터 여름에 걸쳐 광합성으로 당이나 전분 등의 물질을 만드는데, 가을이 되면 이 물질들은 줄기나 뿌리의 저장 기관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잎에서의 물질 합성 작용은 쇠퇴하고, 엽록소와 단백질 등은 분해되어 차츰 줄기나 뿌리 쪽으로 이동해 간다.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잎은 줄기나 뿌리에 비해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단풍은 나무가 겨울 동안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분을 확보하기 위해 더 이상 나뭇잎과 양분을 주고 받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 셈이다.

단풍의 색깔은 노란색, 붉은색, 황갈색 등으로 수종에 따라 다르다.

왜 그럴까?

이는 잎 속에 함유된 색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붉은 잎은 녹색을 띠는 색소인 '클로로필'이 분해돼 붉은색 색소인 '안토시아닌(anthocyanins)'이 형성되면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란 잎은 '카로티노이드(carotenoids)' 색소, 갈색 잎은 '타닌'성 물질에 의해 나타난다.

특히 붉은색 잎에는 안토시아닌 이 외에도 타닌성 물질과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어느 정도 함유돼 있어 다채로운 색깔을 만들어낸다는 것. 이러한 색소들은 푸른 나뭇잎에도 원래 포함돼 있으나 잎의 영양상태가 떨어지면서 겉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렇다면 상록수는 왜 단풍을 만들지 않고 사시사철 푸른 잎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는 상록수와 다른 나무들의 잎이 다르기 때문. 잎이 두껍고 질겨, 춥고 건조한 겨울을 무사히 지낼 수 있기 때문에 양분 공급체계가 평소와 다름없이 원활하게 가동되기 때문이다.

단풍은 따뜻한 햇볕이 들고 밤이면 추운 날씨가 계속될 때 가장 잘 나타난다.

추우면서 비가 오는 날씨에는 충분히 단풍이 들기 전에 잎이 떨어지고 만다.

비와 바람이 낙엽이 빨리 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낙엽은 왜 생길까

아름다운 단풍으로 제 몸을 물들인 나무는 겨울로 다가갈수록 더 많은 잎을 떨어뜨린다.

낙엽이 생기는 것도 단풍이 드는 것과 같은 이유.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한 나무의 자기 보호 본능 때문이다.

겨울에는 대기와 토양 중의 수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무는 물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기공'을 닫게 된다.

그런데 이 기공은 수분을 증발시키는 곳일 뿐 아니라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가 들어오는 통로.

이 때문에 수분 부족을 피하기 위해 나무가 기공을 닫게 되면 잎에서 광합성이 일어날 수 없게 된다.

나무의 잎은 결국 죽게 되고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무는 어떻게 겨울이 온 것을 알고 준비를 할까?

연구에 따르면 식물에는 '앱시스산'이라는 호르몬이 있는데, 이 호르몬이 기온·습도의 변화를 식물에 알려줘 나무가 겨울에 잠을 자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잎이 떨어진 자리에는 '떨켜'라는 특이한 조직이 생겨나 나무에서 더 이상의 수분이 증발하거나 해로운 미생물이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단풍, 낙엽 즐기려면 이곳으로 오세요

대구시는 시내 11곳을 단풍과 낙엽이 아름다운 거리로 선정, 특별 관리에 나선다.

다음달 4일부터 24일까지 이 거리에는 낙엽을 쓸지 않고 그대로 둬 낙엽을 밟으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낙엽거리에서는 시 낭송, 그림 그리기, 사진 찍기, 낙엽 줍기 및 밟기, 거리의 화가 등 다양한 가을맞이 행사가 준비돼 있다.

낙엽거리는 △이천로 : 봉산 육거리~건들바위 네거리(0.9㎞, 은행나무) △체육관 앞 3길 : 경북도청~대구체육관(0.4㎞, 은행나무) △수성못 길 : 두산오거리~수성하와이(0.5㎞, 중국단풍) △서재로 : 신당네거리~신당재(0.5㎞, 느티나무) △팔공로 : 공산댐~공산터널(1.5㎞, 중국단풍), 미대동~백안삼거리~동화사 들머리(6㎞, 은행나무) △팔공산 순환도로 : 파계사 네거리~동화사 들머리(12.2㎞, 단풍·벚나무), 백안삼거리~갓바위 지구(4㎞, 단풍나무) △파계로 : 파군재 삼거리~파계사 삼거리(6.8㎞, 느티나무) △앞산공원 : 은적사~만수정~대성사(0.2㎞, 참나무 등) △두류공원 : 두류도서관~산마루 휴게소(1㎞, 느티나무) 등이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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