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은 세 가지 부류로 나뉘어진다고 한다. 입학하자마자 취업 준비만 하는 '실용파', 각종 자격시험에 매달리는 '고시파', 대학 생활을 마냥 즐기는 '흥청망청파'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대학은 '진리 탐구'는 고사하고, 인간과 사회'자연에 대한 자유롭고 편견 없는 연구와 교육을 통해 균형 잡힌 인격을 갖춘 인재 양성을 한다는 원래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진 게 아닌가. 기초학문을 도외시하면 진리 탐구는 물론 실용학문의 부실을 불러올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성의 산실'이라고 자부해 온 서울대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비인기 학과는 고사 상태다. 철학과'물리학과 등 취업 비인기 학과의 경우 신입생 미달 사태를 우려할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 '기초학문의 메카'라는 자부심은 옛말이 되고 있다. 이공계 학생들은 의사'한의사가 되려고 빠져나가고, 인문'사회계는 고시 열풍에 휘말려 있다.
○…게다가 올해 서울대 졸업자의 취업률도 고작 45.1%다. 전국 평균보다 낮고, 인기'비인기 학과의 차이는 너무 크다. 서울대 제공 국감 자료에 따르면, 전체 대학 평균 56.4%보다 뒤지고, 서울 지역보다는 12.8% 포인트 떨어진다. 취업률은 분자생물학 100%, 의학 96.9%, 치의학 93.1%, 약학 82.6%인 반면 지구환경과학부'철학과 등은 취업자가 1명도 없다.
○…서울대의 취업률 부진은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 취업을 유보하는 등 눈높이가 다른 대학들보다 높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경기 침체 등으로 우리 사회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서울대마저 이래서야 국가의 장래를 짊어질 엘리트 육성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서울대는 세계 대학 가운데 국제 경쟁력이 150위권이라 하지 않는가.
○…기초학문이 사회의 오염에 대항하는 건강한 항체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끝없는 부패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유도 문'사'철의 허물어짐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게다. 대학이 인간 중심주의의 '상아탑'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초석이 될 인문학'기초학문을 살리지 않으면 '사상누각'의 철학 없는 사회가 될 게 뻔하지 않겠는가.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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