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0%가 반대하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정부 여당이 더 이상 강행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택된 정권의 당위성을 허무는 일이다. 국민의 여망에 귀를 막고 정권의 결정에 추종할 것만을 요구한다면 민주제도는 애초에 필요가 없는 것이다.
북한의 지령으로 추정되는 통신이 매년 8만 건 선에서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상대에 대한 공작을 않기로 한 비공개 합의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정부는 외교경로를 통해 이의 시정을 요구하거나 합의의 파기를 검토했어야 했다. 국가의 안보기구인 국정원, 기무사, 검찰과 경찰 등은 합의 성립이나 파기에 관계없이 간첩들의 암약을 봉쇄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실상은 딴판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외교사항인 공작중지 요구나 합의파기는 논외로 하더라도 간첩검거가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2000년 이후 연도별 간첩 검거인원은 정상회담 이전의 5분의 1도 안 되는 2~4명에 불과하다. 간첩단 검거는 단 1건도 없었다.
국정원을 비롯한 안보기구들이 간첩색출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질책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간첩활동은 더욱 넓고, 깊게 퍼져 있을 것이라는 것이 국민일반의 인식이다. 그런 상황에서 간첩검거가 장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은 자유민주 체제 유지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다.
남북화해가 간첩을 잡지 말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서독의 경우처럼 통일과정이 진척될수록 방첩활동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우리의 안보 울타리를 허무는 국보법의 폐기는 그 점에서 남한의 혼란만 키우는 백해무익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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