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왜 이렇게 깔보였나

입력 2004-10-14 15:44:47

작금의 국정감사장의 부끄러운 풍경을 보면서 '권위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키는 것'이라는 말씀이 새삼스럽다. 피감기관의 자료 제출 거부, 증인들의 맞고함, 여'야 의원들끼리의 막말 싸움 등등이 국회를 '3등 열차'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를 우습게 알면 국감은 부실 국감이 되고 만다. 함량 미달의 국회 또한 국가 경쟁력을 11계단이나 추락시키는데 공헌한 것이다.

우선, 증인들의 무더기 불출석은 국회를 우습게 아는 첫 사례다. 카드 대란이나 국민은행 분식회계 의혹 등의 국감에 반드시 있어야 할 전현직 관료'기업인들은 하나같이 온갖 핑계로 출석을 기피하고 해외로 도망쳤다. 국민 앞에 책임져야 할 엘리트들의 실종된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 고위관료들이 이 모양이니 다른 증인들이 뭘 보고 배우겠는가. 1주전 환노위 국감장에 나온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은 한 국회의원의 추궁에 "국회가 깡패 집단이냐"고 맞고함을 쳤다. 작년 '코미디 국감' 발언으로 히트친 강금원씨가 생각났다.

무엇보다 국회를 우습게 알기로 작정한 것은 피감기관들이었다. 자료 제출 거부사태도 줄을 이었다. "법을 잘 보세요, 자료 제출 의무는 있지만 자료 작성 의무는 없잖아요." 정통부 국감장에서의 정통부 직원의 이 대꾸가 정부 각부처 공직자들의 '국감 생각'이라면 큰 일난 것이다.

국회가 권위를 회복하려면 일단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법'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시행하고, 여야 의원들 스스로도 품위손상 행동을 멈춰야 한다. 이 법에는 불출석과 국회모독에 대한 징역형'벌금형을 규정해 놨지만 기소 사례는 천연기념물이다. 하기사, 의원들끼리도 막말 해댔으니 누굴 탓하랴. (한나라 의원들은) 손가락을 잘라라, 이거 스파이 아니냐, (공기업 사장에게) 사장 너 죽을래?-하는 식의 막말부터 고쳐야 '배 째라'식 증인들을 처벌할 수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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