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작은 정부

입력 2004-10-12 19:58:58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경영연구가인 파킨슨(1909~1933)은 사회와 인간 행동을 풍자적으로 분석한 저서 '파킨슨의 법칙:규모 확대의 추구'에서 "공무원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부하를 늘릴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일의 유무와 경중에 상관없이 공무원 수는 일정 비율로 늘어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업무 증가를 이유로 기구를 신설하고 공무원을 늘리지만, 사실은 서로를 위해 일을 만들고 증원을 한다는 것이다.

○...현대 행정의 병폐 중 하나인 '공무원 수와 기구의 비대화'를 꼬집은 파킨슨의 법칙은 우리 현실과 용케도 맞아 떨어진다. 새 정권들이 하나같이 '작은 정부'를 공약하고, 실제로 행정부처 통폐합과 기구 축소, 감원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용두사미였다. 얼마 안 가서 '규모 확대'의 유혹에 다시 빠져들어 갖가지 이유를 들어 기구와 인력 늘리기에 혈안이 되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1998년 17부2처16청이던 중앙부처는 현재 18부4처17청으로 늘어났고, 중앙 공무원 수도 2000년 말 54만6천명에서 올 4월 현재 58만5천명으로 4만여명 증가했다. 걸핏하면 신종 기구와 위원회를 만들고 직급을 올려, 겉으로 보이는 부처 아닌 부처, 장관 아닌 장관급이 크게 늘었다. 이런 경쟁적 증설'증원 바람에 간첩 출신까지 공무원이 된 것은 아닌지.

○...전경련은 침체에 빠진 소비를 살리려면 공무원 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전체 연방공무원의 12%인 24만여 명을 감축하고 재정 지출을 줄여 장기 호황의 발판을 마련했고, 영국의 대처 수상은 사소한 행정업무를 아웃소싱해 10만여 명의 공무원을 줄여 '영국병'을 치유했다. 독일도 공무원 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하는 등 정부 조직 축소가 세계적인 트렌드라는 것이다.

○...연봉 3천만원인 공무원 5만 명을 줄이면 1조5천억원이 절감되고, 이를 다른 사업에 투자한다면 공무원 감축 수보다 훨씬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전경련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공무원 대량 해고로 소비를 진작하자는 것은 언어도단"이고 작은 정부와 소비 살리기는 별개라는 것이다. 그러나 '파킨슨의 법칙'과 '영국병'이 보여준 공직사회의 낭비와 도덕적 해이는 짚어봐야 한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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