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읽기-(5)사설읽기

입력 2004-10-11 09:07:06

신문의 사설은 흔히 기사의 꽃이라고 불려왔다.

사설을 읽으면 사실관계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할 수 있고 날카로운 비판이나 대안 등도 찾아볼 있다는 이유에서다.

학생들에게는 글쓰기를 하는 데 더없이 좋은 텍스트가 된다며 꾸준히 읽기를 주문하기도 해 왔다.

그러나 신문활용교육에 있어서는 이런 장점 외에 사설 자체가 가진 특성이나 난해함, 과도한 주장 등으로 인해 오히려 비교육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또한 어른들조차 매일 읽기 부담스러운 내용들을 학생들에게 읽으라고 강요하면 신문 자체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기 쉽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신문 안에서 비교하며 읽기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사설 자체만을 읽고 전체의 주제나 사실 관계, 담겨 있는 비판이나 주장 등을 온전히 파악하기 힘들다.

따라서 관련 기사나 만평 등을 활용해야 제대로 된 사설 읽기를 할 수 있다.

사설은 대개 그날이나 전날 신문에 실렸던 사건이나 현상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 신문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은 기사로 실린 것들이므로 해당 기사를 찾아 먼저 읽고 사실 관계를 이해한 뒤 사설을 읽는 것이 좋다.

만평이나 4컷 만화를 그리는 화백들도 소재를 찾는 측면에서는 사설을 쓰는 논설위원과 비슷한 입장이다.

만화는 아무래도 학생들의 이해가 쉽기 때문에 사설과 만평이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다면 만화를 먼저 본 뒤 사설을 읽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설이 신문사의 전체 편집 방향이나 시각, 주장을 담고 있다곤 하지만 기사나 만평 등과 충돌하는 경우도 가끔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긴급하게 발생한 사안이다.

마감시간이 임박하면 기사를 쓰고 편집하는 편집국과 논설실이 같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만평을 그리는 화백들의 경우 최근에는 신문사 내에서 상당 부분 독립돼 있기 때문에 사설과 다른 입장을 보일 때다 적잖다.

이런 것들을 비교하며 읽는 것도 학생들의 흥미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다른 신문과 비교하며 읽기

신문 사설은 신문사가 추구하는 편집 이념이나 제작 철학과 방향을 같이 한다.

과거에는 이런 부분에서 신문사들 사이에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민주주의가 점차 발전하면서 신문사들도 각기 다른 이념과 철학으로 갈라지고 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여러 신문의 사설들이 서로 다르게 해석하거나 상반된 주장을 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문사들의 사설을 비교해 읽는 것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개인으로서는 판단하기 힘든 사안에 대해 각기 다른 신문사들의 주장들을 견주어 살펴봄으로써 가치 판단력을 기르고 논리를 세울 수 있다.

쉽게 비교해 보려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네이버의 '사설 대 사설', 야후의 '같은 사건 다른 의견'이 대표적이다.

네이버의 '사설 대 사설'에서는 최근 '국가 기밀 공개 논란'에 대한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의 사설, 로스쿨 도입에 대한 문화일보와 연합뉴스의 사설, 기독교인들의 비상구국기도회에 대한 한겨레신문과 국민일보의 사설 등을 비교하고 있다.

사설의 제목만 봐도 같은 사안을 어쩌면 이렇게 달리 볼 수 있을까 흥미로울 것이다.

◇단계별 읽기 방법

신문활용교육이라고 하면 흔히 사설 활용을 권하지만 상당한 이해력을 요구하므로 학생들의 단계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써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무조건 많이 읽고 정리하게 하거나 다르게 써 보기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초급 단계에서는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관련 기사나 사진, 만평 등을 통해 사설 읽기의 어려움을 덜어줘야 한다.

한두 번 읽게 한 뒤 지루해 하면 며칠 쉬었다가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로 다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느 정도 읽기에 익숙해지면 사설의 구조를 분석해 보거나 주장을 정리하게 해 보는 활동으로 넘어간다.

심화 단계에 이르면 사설이 합리적인 논거를 갖고 있는지, 체계적으로 증명되고 있는지 등을 분석한다.

다른 신문의 사설과 비교해본 뒤 각각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자신만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활동도 이 시기에 적절하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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