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요구르트' 경찰 초동수사 '외면'

입력 2004-09-25 10:04:44

대구 달성공원과 두류공원의 벤치에 놓여져 노약자 1명을 숨지게 하고 다른 사람들은 식중독 증상을 앓도록 한 요구르트 병에서 독성이 강한 살충제 '메소밀'(Methomyl)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달성공원은 물론 두류공원에서 발견된 요구르트 병에서도 주사바늘 흔적이 같이 나타남에 따라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무차별적인 범행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살충제 요구르트 사건이 이미 지난달 11일부터 일어난데다 이달초에는 신고까지 됐지만 경찰이 초동 수사를 외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살충제 성분 검출

대구 중부경찰서는 24일 "달성.두류공원에서 발견된 요구르트 병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성분조사를 한 결과 원예용 살충제인 '메소밀' 성분이 검출됐다"며 "요구르트를 마셨다가 숨진 전모(63)씨의 혈액과 위 내용물에서도 같은 성분이 나왔다"고 밝혔다.

살충제 '메소밀'은 주로 진딧물과 담배나방의 방제에 사용하는 원예용 농약. 전문가들은 무게 50kg의 동물에 1.3g을 투여할 경우 치사율이 50%에 이를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고 말하고 있다.

▲누가, 왜 했나

피해자들이 말하는 사건 당시의 정황을 보면 50대 남녀와 30대 남자 1명이 각각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지난 9일 달성공원의 벤치에 놓여있던 요구르트를 마셨다가 실신한 김모(76.여)씨는 "50대 남녀가 앉아있다가 떠난 벤치 위에 요구르트 3병이 있어 일행들과 나눠 마셨다"며 "잠시후 여자가 혼자 나타나 요루르트를 마신 것을 보고는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고 말했다.

또 역시 이날 오후 두류공원에서 요구르트를 마신뒤 심한 복통을 호소한 환경미화원 최모(67)씨는 "벤치 위에 요구르트 병이 있어 버리려하니 30대 남자가 나타나 '아직 먹을만한데 왜 버리려고 하느냐'고 만류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 노인과 노숙자들이며 범행 장소가 다중 이용장소인 점 등에 미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처럼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불만에서 비롯된 범행으로 보고있다.

경찰은 그러나 달성공원과 두류공원의 요구르트가 동일 회사의 같은 제품인 점에 미뤄 음료 제조회사에 불만을 품은 사람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지만 크게 무게는 두지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차 사건이 발생한지 두달이 됐지만 음료 회사에 이와 관련된 협박이나 전화가 걸려온 적이 없어 회사와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경찰은 달성공원을 관할하는 중부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차리고 중부서 소속 형사 5개반의 28명을 동원해 수사중이다. 또 두류공원을 맡은 달서경찰서의 형사들도 수사에 투입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지목한 30대 남자와 50대 남녀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이들의 신원 파악에 주력하는 한편 대구시내 농약 판매점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범행 동기는 물론 용의자의 윤곽조차 아직 잡지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의 초동 수사 미흡은 사건 해결과 관계없이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경찰은 지난 9일 두류공원에서 주사바늘 구멍이 있는 요구르트병을 회수했지만 단순 식중독으로 사건을 종료했으며, 지난 19일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뒤늦게 국과수에 성분을 의뢰했다.

또 사망사고가 접수된 이후에도 동일 피해자에 대한 수사에 소홀, 범행 시작 시점을 8월 11일이 아닌 9월 5일로 잡는 등 초동 수사에 허점을 드러냈다.

경찰 한 관계자는 "9일 접수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했다면 추가 희생자를 막을 수 있었지만 의사 소견만 믿고 주사바늘 구멍에 대한 수사를 하지 못했다"며 "사건 시작 시점도 제대로 짚지 못해 결국 초동 수사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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