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나룻배를 모는 사공이 있었어. 이 사공은 날마다 강에 나가 조그마한 나룻배를 타고 노를 저어 강 이쪽 저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사람들을 실어 날랐지.
하루는 사공이 나루터에 나갔다가 젊은 선비 한 사람을 손님으로 태웠어. 마침 나루터에 다른 손님은 아무도 없고 이 젊은 선비 한 사람뿐이어서, 사공과 선비 둘이서만 배를 타고 강을 건넜지. 선비는 옷을 아주 잘 차려입고 겨드랑이에는 어려운 한문책을 잔뜩 끼고서 한껏 거드름을 피우는 중이야. 그러다가 심심했던지 사공에게 말을 건네는데, 뜬금 없이 뭐라는 고 하니,
"여보시오, 뱃사공. 당신은 논어를 읽어보았소?"
이러는 구나. 논어라는 건 한문으로 된 아주 어려운 책이지. 제딴에는 어려운 책도 읽을 줄 안다는 걸 뽐내려고 그러나 봐. 그런데 배 모는 사공이 그런 어려운 한문책을 읽었을 리 있나. 도무지 읽을 까닭이 없잖아. 그래서 그랬지.
"못 읽어 봤습니다.
"
그랬더니 선비가 뭐라는 지 알아?
"어허, 논어도 못 읽었다? 그러면 사공 목숨은 반의반쯤 없는 것과 같소."
조금 있다가 또 심심했던지 말을 건네는데, 이번에는 뭐라는 고 하니,
"여보시오, 뱃사공. 그럼 통감은 읽어보았소?"
이러는 구나. 통감인지 땡감인지 그런 어려운 한문책을 무엇에 쓰려고 읽겠어? 배 모는데 그런 책이 무슨 소용이냔 말이지. 그래서 그랬지.
"그것도 못 읽어 봤습니다.
"
그랬더니 선비 하는 말 좀 들어 보게.
"어허, 통감도 못 읽었다? 그러면 사공 목숨은 반쯤 없는 것과 같소."
그쯤 했으면 좋으련만, 조금 있다가 심심했던지 또 뭐라는 고 하니,
"여보시오, 뱃사공. 그럼 대학은 읽어보았소?"
이러는 구나. 아, 사공이 배만 잘 몰면 됐지 그까짓 한문책은 읽어서 뭐해? 읽을 일도 없지. 그래서 그랬지.
"그것도 못 읽어 봤습니다.
"
그랬더니 이 선비, 아주 불쌍해서 못 보겠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네.
"쯧쯧, 대학도 못 읽었다? 그러면 사공 목숨은 반 넘어 없는 것과 같소."
선비가 한껏 거드름을 피우는 걸 잠자코 보고만 있던 사공이 노를 젓다 말고 선비에게 넌지시 물었어.
"선비님은 헤엄을 칠 줄 아십니까?"
"아, 그런 건 할 줄 모르오."
그러자 사공은 태연하게 이렇게 말했지.
"그래요? 그러면 선비님 목숨은 아예 하나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
그러고 나서 노를 내던지고 강물에 풍덩 뛰어들어 유유히 헤엄을 쳐 갔어. 강 한가운데에 배만 놔두고 헤엄을 쳐서 건너편으로 가버린 거야. 그러니 어떻게 됐겠어? 조금 전까지 그렇게나 큰소리치던 선비는 배에 혼자 남아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가지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어쩔 줄을 몰라하더래.
서정오(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