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구기자의 청도미생물연구소 체험

입력 2004-09-11 09:01:29

정부가 농촌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국인 농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한지 2년.

당초 정부 의도와는 달리 많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외국인 연수생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 농가를 이탈해 불법 체류자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외국인을 고용한 농가들의 불만도 높다.

인건비가 싸지도 않으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아 마음대로 일을 시킬 수도 없다.

기술수준은 내국인의 절반도 안돼 생산성이 떨어지니 이래저래 고민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농업연수생 4명이 일하는 버섯농장 청도미생물연구소(사장 김삼수·54)를 찾아 함께 농사일을 하며 그들의 생활속으로 들어가본다.

간단한 작업복 차림으로 '청도미생물연구소'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8시30분. 이름만으로는 대학교 연구실 정도로 생각했는데 농장은 예상외로 큰 규모다.

"버섯종균과 새송이 버섯을 생산해 연간 12억여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김사장의 설명에 처음부터 놀란 입을 다물 수가 없다.

학교 운동장만한 부지(3천500평)에 세워진 조립식 건물. 쇠파이프로 지은 하우스 농장과는 겉모습부터 달랐다.

버섯생산 초기단계부터 수확까지 전 공정을 컴퓨터 제어를 통한 자동시스템으로 가동하는 버섯 재배사는 농장이 아닌 공장인 셈.

이른 아침인데도 작업장에는 20여명의 종업원들이 제각기 바쁘게 움직이느라 분주하다.

이곳에 온지 이틀째라는 압둘라비(33)는 허한구(34)씨와 함께 용접일에 한창이다.

압둘라비의 용접기술은 예사롭지 않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기술을 익힌 듯하다.

"용접 기술이 보통 아닙니다"며 허씨가 치켜세우자 칭찬인줄 알아들었는지 피식 웃는다.

압둘라비와 함께 온 마블론(37)은 아직은 공장 분위기가 어색한 듯 고개를 떨구고 콘크리트 바닥에 눌러붙은 흙을 긁어내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얼른 작업장 구석에 놓여있던 삽을 들고 거들며 "힘들지 않아요"라며 말을 건네본다.

물끄러미 처다보는 그는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한 듯하다.

온몸과 손짓을 해가며 다시 이야기하자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이곳으로 왔는데 생각보다 일이 편해 고향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을 생각"이라고 애써 띄엄띄엄 말해준다.

1시간쯤 지났을 무렵 안경암(45) 공장장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안내로 버섯 재배사 내부에 들어서자 요란한 기계소리가 윙윙댄다.

허름한 작업복을 입은 자그마한 체구의 외국인이 반긴다.

이곳에 온지 8개월째인 쟈키(37)씨. 그는 톱밥·밀기울·콘크브 등으로 섞어 만든 배지를 병에 담는 입병장을 관리하고 있다.

제법 컴퓨터 제어장치를 조정할 수 있는 실력을 쌓았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일을 거들기 위해 왔다"고 하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니 함께온 친구 모민죤(33)을 도와주라"며 그가 있는 곳을 일러준다.

쟈키에게는 원대한 꿈이 있다.

이곳 버섯농장에서 3년간 일을 배운 후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 자신이 직접 버섯농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래서 일도 꼼꼼히 배운다.

일을 잘하다보니 월급 외에 덤으로 보너스까지 받는다.

꿈이 있으니 물론 돈을 허투루 쓰지않고 꼬박꼬박 저축한다.

모민죤은 배지 표면의 톱밥을 긁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버섯이 골고루 피어나도록 하는 작업이다.

혼합배지를 입병한 후 살균과 냉각을 거쳐 무균실에서 접종후 온도 18℃∼20℃, 습도 65∼68% 상태에서 35∼40일 정도 배양후 하루 수천병이 이곳 표면긁기 작업장으로 온다.

그는 산더미처럼 쌓인 배양을 거친 병버섯 상자를 기계 선반위에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키 보다 더 높이 쌓여있는 박스를 나르는 작업이 쉬운일이 아니다.

오후 작업은 20여명의 종업원 모두가 나서는 선별과 포장작업이다.

주문량이 많다 보니 모두가 마음이 바빠진다.

선별작업을 맡은 손금자(63·여·매전면)씨와 엄태분(68)씨 등의 기계적인 손놀림에도 "오늘 중으로 주문량을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쉴새 없다"며 다그치는 공장장은 괜히 마음만 바쁘다.

경리사원마저 사무실을 비운채 작업장에 나와 포장작업을 거들 정도다.

박스에 상품을 넣고 테이프로 사방을 둘러가며 붙인 후 순식간에 20kg들이 상자 수십상자를 쌓았다.

갸녀린 손 어디에서 저런 힘이 있는지. 상품을 실은 화물차가 떠나자 비로소 한바탕 전쟁도 끝이다.

쉴틈조자 제대로 없는 바쁜 하루다.

작업이 많은 날 저녁에는 어김없이 펼쳐지는 삽겹살 파티. 오늘 파티는 새로온 식구 압둘라비와 마블론의 환영회를 겸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이국만리 이곳에서 마음고생 많겠지만 새로운 기술도 배우면서 돈 많이 벌어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한가족처럼 따뜻한 정으로 보살피겠습니다.

"

김삼수 사장을 포함한 전 종업원들에게 그들은 이미 한 식구다.

청도·정창구기자 jungc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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