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터전 잃는 동해안 채낚기 어민
"이제 바다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이렇게 가다간 몇년 안에 포구에서 '뱃사람'이 사라질 겁니다.
"
구룡포에서 22년째 오징어채낚기 조업을 하는 이상보(53)씨는 요즘 바다로 나가도 재미가 없다.
조업 경비는 치솟고 연안 어장에는 물고기 씨가 말라 갈수록 어업환경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국해상산업 경북선원노조위원장인 이씨는 선원 복지를 대변해야 하나 어업환경이 악화하면서 복지는 말조차 꺼내기 어렵게 됐다.
특히 연근해 채낚기 조업을 하는 영세 어선들의 경우 출어를 해도 공동경비를 빼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쥐꼬리'다.
오는 5일부터 고유황 경유의 면세가격이 드럼당 7만5천원에서 8만5천원대로 1만원 가량 오르고, 앞으로 3년 안에 3단계에 걸쳐 휘발유값의 85%까지 경유값을 올린다고 하자, 선주들과 선원들은 조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오징어라도 잘 잡히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중국의 저인망 어선이 치어까지 남획해 오징어도 씨가 말랐다"며 "북한과 중국이 북한해역내 공동어로협약을 체결해 오징어 어족자원의 고갈사태가 예견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중국은 2009년까지 5년간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는 대가로 전체 이윤의 25%를 북한이, 75%는 중국이 나눠갖는 '북'중 동해공동어로협약'을 체결했다.
동해 해경은 최근 동해 먼바다에서 선박에 오성기를 달고 원산 앞바다로 향하는 100t급 중국 어선 190여척을 확인했다.
중국어선들은 3단계 그물을 사용하는 쌍끌이 기선저인망으로 우리 측 채낚기 조업에 비해 어업강도가 월등히 높다.
김성호(60.전국채낚기어업인 울릉총연합회장)씨는 "회유성인 오징어는 연해주 연안에서 북한 연안을 타고 남하한다"며 "중국 어선들이 북한 해역 길목에서 싹쓸이 조업을 할 경우 남쪽에서는 오징어를 구경하기조차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염창선 채낚기연합회 회장은 "북중공동어로협약, 한일어업협약으로 인해 우리 어선들이 조업할 곳이 없다"며 정부의 상황 파악 및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이처럼 어업환경이 열악해지자 최근 몇년새 동해안 항'포구에는 '뱃일'을 그만두고 막노동이라도 하기 위해 대도시로 떠난 사람이 부지기수다.
한때 인구 4만명으로 동해안 최고의 어업전진기지로 불렸던 구룡포의 인구가 1만5천명으로 줄어든 사실이 동해안 어촌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이상보 위원장은 "정부가 유가안정과 어선 감척 등 직접적인 지원책을 실시하고 지역 수산업계도 무조건 잡는 어업에서 벗어나 총어획량제도 등 어업자원의 관리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imaeil.com
포항.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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