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상인 대책 마련 고심
'포항의 명동'으로 불리는 '포항 중앙상가'가 갈수록 침체의 늪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만해도 명실상부 포항 상권의 핵심이자 전국 최고 수준의 노른자위 상권을 자랑했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한마디로 상인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계속 장사를 해야 할지 아니면 손해를 보더라도 하루 빨리 떠나는 것이 좋을지 도무지 판단이 안선다는 게 한결같은 말이다.
이미 상권의 양대축 중 한쪽(북쪽 지구)은 '회복 불능' 상태를 보이고 있다.
'도저히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상인들이 계속 떠남에 따라 이 일대가 공동화(空同化)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남쪽 지구는 그나마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다시 한번 중앙상가를 살리자'는 몸부림이 있다.
상가연합회 등 상인들과 시청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묘안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 얼마나 심각한가
중앙상가는 포항의 중심가인 포항시 북구 포항역부터 옛 포항우체국을 거쳐 육거리간 680여m로 차량 일방통행 거리이다.
우체국을 중심으로 남쪽(포항역~우체국)과 북쪽(우체국~육거리)으로 크게 나뉜다.
남쪽은 10, 20대가 선호하는 업종이, 북쪽은 청'장년층을 겨냥한 업종이 많은 관계로 남쪽을 '젊음의 거리', '문화의 거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인들도 남쪽은 중앙상가연합회에, 북쪽은 중앙상가번영회에 가입해 있다.
상인들의 한숨소리는 북쪽이 훨씬 심하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 이곳을 찾았다.
행인들이 붐빌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한마디로 '썰렁함' 그 자체였다.
'임대'라고 써붙여 놓은 한 유명메이커 옷가게 옆 5, 6군데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었다.
이들은 술집, 신발 및 옷가게 등이었다.
북쪽의 경우 현재 중앙상가번영회에 가입해 있는 163개 업소 중 64%에 해당하는 104곳이 문을 닫고 있었다.
반면 남쪽은 167개 업소 중 11%인 18곳만이 문을 닫고 있었다.
우체국을 중심으로 양쪽의 상경기가 얼마난 큰 차이를 보이는지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북쪽지구 상인 이영희(51'여)씨는 "4년 전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00만원하던 가게(1층 기준)들이 지금은 보증금 3천만원에 50만~60만원에도 들어올 사람이 없다"며 "자기 건물이라면 몰라도 건물세 주고 계속 장사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남쪽지구 상인 김상민(47)씨는 "4년 전에 비해 임대료는 큰 차이가 없으나 권리금은 20~30% 정도 내렸다"며 "종전에는 전국 대리점 중에서 매출액 규모가 5위 안에 들었지만 지금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고 했다.
상인들은 중앙상가 침체 원인을 한마디로 지난 2000년 문을 연 롯데백화점을 비롯한 대형할인 매장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여기고 있다.
여기다 교통신호체계 변경, 주차장 등 편의시설 부족, 인구감소 등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중앙상가에서 30년간 영업을 하고 있다는 유명 의류점 대표 서중원(55)씨는 "중앙상가의 주력 업종이 유명 브랜드류의 옷가게인데, 롯데백화점이 개점하다보니 손님들을 빼앗겼다"며 "울산'마산 등 타 도시 역시 대형백화점 개점과 함께 기존 도심 상가들이 죽고 말았다"고 말했다.
서씨는 또 "육거리에 신호체계를 만들어 중앙상가로 차량 진'출입을 막은 것은 북쪽 상가 입장에서는 혈(穴)을 막은 꼴"이라며 "차량 통행이 가능하도록 몇차례 건의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해답이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 해결책은 있는가
기자가 현장 취재에 나섰던 30일 오후 4시 마침 포항시청 경제통상과 안영진 담당과 중앙상가연합회 김충호 회장이 옛 역전파출소 앞에서 만났다.
이곳에 중앙상가 홍보용 전광판 설치를 위한 장소 협의를 위해서였다.
시는 5천만원의 예산으로 남쪽은 전광판, 북쪽은 육거리 앞에 대형 아치를 설치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포항시 규모의 다른 도시의 경우 모두 중심가에 '문화의 거리', 차 없는 거리를 조성했다"며 "몇해 전 차없는 거리를 만들었다가 다시 환원한 것은 큰 실수였다"고 했다.
상인들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참고 계속했어야 했다는 것. 상인들 스스로도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상인들은 얼마전 중앙상가를 이용하는 고객들에 한해 인근 유료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주차권을 주고 있다.
김 회장은 "포스코 및 계열사들과의 거래가맹점 계약 및 전용상품권 발행, '중앙 쇼핑가'라는 제목의 광고전단지 발행, 간이벤치 및 쓰레기통 설치 등 다양한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며 "시청은 중'장기적인, 상인들은 단기적인 방안에 치중하는 등 함께 손잡고 중앙상가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전 포항시는 상인들에게 중앙상가를 살리기 위한 좋은 방안이 있으면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했다.
상인들은 우선 중심상가에 어지럽게 서 있는 전선, 전화선 등 각종 케이블을 지중화하는 한편 보도블록을 새로 깔아 차없는 '문화의 거리'로 조성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공영주차장 확충과 문화센터 설치, 꽃길 및 가로등 등 기반 시설도 시급하다고 했다.
노점상 및 광고물 정비, 불법 주'정차 정비 등도 필수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는 아직 이렇다할 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포항시청 경제통상과 안영진 담당은 "시에서도 중앙상가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며 "하지만 상인들도 무조건 시청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서비스 개선 등 스스로 바뀌려는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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