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포항이 각각 '연구개발(R&D)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책 결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들의 생각이 저마다 다른 바람에 힘이 실리지 않아 대구와 포항 모두 지정에 실패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대덕을 R&D특구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대덕연구단지 등 1천만평에 향후 5년간 5천억원을 투입해 IT, BT, NT, RT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벤처기업을 800개에서 1천300개로 늘리는 등 중점 투자해 연간매출액을 현재 3조5천억원에서 2009년 6조원으로 늘린다는 것. 이 경우 대덕은 명실상부한 과학기술 중심도시로 부상하게 된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과학기술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덕과 함께 대구, 광주를 R&D 특구로 지정 육성해야 한다"며 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대구 출신인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이 중심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이하 과기정위) 소속 지역 의원들은 저마다 견해가 다르다. 대구, 포항이 각기 R&D특구 적지라고 주장하고 나서자 서상기(徐相箕) 의원 등은 뚜렸한 견해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가장 분명한 입장은 과기정위원장인 이해봉(李海鳳.대구 달서을) 의원. 그러나 대구, 포항에 대해 모두 부정적이다.
이 의원은 지난 20일 서울에서 가진 지역 기자 오찬 간담회에서 "타지역도 R&D특구로 지정받을 수 있는 길을 터두되 정부안대로 우선 대덕을 지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구, 광주, 포항은 모두 특구로 지정할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며 "지금 당장 지정해달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밝혔다.
"당 차원에서 대구, 광주를 지정하려 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의원은 "이한구 의원이 하는 것일 뿐"이라고 격하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과학기술부 산하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정보통신부 산하의 한국전산원, 소프트웨어진흥원 등 3개 기관의 대구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과기정위 소속 의원 등 지역 정치권이 전방위 활동을 벌여 반드시 대구에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과기부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는 문제에 대해 과학기술 입국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지역 문제로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며 과기정위원장으로서 KISTEP 등 기관의 유치와 맞바꿀 수 있다는 뉘앙스도 풍겼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한구 정책위의장과 생각이 비슷하다. 박 대표는 지난 19일 매일신문과 단독인터뷰에서 "대구가 R&D 특구를 추진하려는데 포항에서 특구를 얘기한다"며 "한 지역에서 두 개의 특구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구, 경북이 특구를 두고 이견이 있다면 앞장서서 조율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대덕, 대구, 광주를 동시에 지정하는 '트라이앵글 R&D특구'에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이처럼 한나라당과 대구 출신 의원들이 포항 R&D특구 지정에 부정적이자 경북도가 몸이 달아 있다. 주낙영 경북도 경제통상실장은 "정부가 마련중인 대덕R&D특구법을 보면 R&D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곳을 집중 육성한다는 게 핵심으로 대구, 광주는 먼 훗날의 얘기인데 답답하다"며 "포항은 대덕과 견줄 수 있는 유일한 지역으로 2년여간 특구 지정을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주 실장은 이어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대덕과 포항을 R&D특구로 지정하는 데 대해 매우 긍정적이고 노무현 대통령도 최근 포항 방문에서 비서진에 검토를 지시하는 등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정치권이 힘을 모아주면 대덕-포항 R&D특구 지정이 유력하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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