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 개인파산 등이 중요한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조기 경제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가정에서 제대로 된 경제교육을 하기란 무리가 있는 게 사실.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프로그램이 일반화되지 않아 단순히 용돈을 주고 억지 저축을 하는 데 그치고 마는 것.
최근 방학을 이용한 경제캠프가 인기를 얻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캠프 참가를 일회성 이벤트로 여길 게 아니라 가정으로 연결시켜 계속할 수 있는 내용들을 찾아본다면 몇 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8일부터 이틀 동안 대구은행이 개최한 어린이 금융캠프를 찾아가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을 살펴봤다.
◇공짜는 없다
참가한 120명의 어린이들은 7, 8명씩 16개 팀으로 나눠졌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회사 설립. 회사의 이름과 노래, 구호 등을 만들고 역할을 정했다.
회사당 캠프화폐로 1천원씩 자본금이 지급됐다.
회사는 이 돈으로 재료를 구입해 물건을 생산했다.
다른 회사들에 이 물건을 팔아야 캠프 내에서 밥을 사 먹고 잠자리를 구할 월급을 받는다.
다음 생산도 준비할 수 있다.
어린이들은 구입한 재료들로 끙끙거려 가며 목걸이나 팔찌 같은 물건들을 만들었다.
같은 재료라도 더 기발하고 참신한 물건을 만들어야 잘 팔리는 법. 아이디어를 나누고 생산방법을 토론했다.
물건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제대로 팔지 않으면 허사. 전략을 세우고 정보를 얻어 직접 판매를 하느라 또 진땀을 흘렸다.
만들 물건이나 가격 결정, 판매 방법 등은 모두 자율 결정이다.
생산과 판매가 여의치 않으면 캠프 정부에서 발주하는 사업을 따내야 한다.
입찰을 통해 일을 얻고 여기에 전력을 쏟아야 대가를 받을 수 있다.
벌이가 부족하면 캠프 주변 청소나 프로그램 보조 같은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끼니를 굶지 않는다.
재미로 하는 게임도 열심히 잘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짜로 의식주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물건을 만들어 팔거나 사업을 따내 돈을 벌고 밥과 잠자리를 구하는 과정은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경제의 대부분 원리들이 담겨 있다.
캠프라고 사회와 다를 게 없었다.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지 않는 물건은 팔리지 않고, 입찰을 잘못 하면 사업도 따내기 어렵다.
캠프에 입소한 저녁부터는 식사도 유료이기 때문에 돈을 벌지 못하면 밥을 굶어야 한다.
어린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금세 많은 것들을 깨달아갔다.
사업 준비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부터 써야 하고, 생산뿐만 아니라 홍보와 판매도 중요하고, 회계를 제대로 해야 추가 생산이나 매장 확장 등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체험으로 익혔다.
정보가 부족하거나 판단을 잘못 하면 실패로 이어지지만, 많이 알수록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사업자금을 무리하게 대출하면 파산에 이를 수 있지만, 적절하게 대출해 제대로 활용하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입찰에 대한 정보를 빨리 입수하고 입찰가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면 사업 영역도 넓힐 수 있다.
맨손으로 시작하더라도 공부와 노력을 쏟으면 소득이 생기고 원하는 꿈도 이룰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하는 캠프. 어린이들은 더 많이 알려 하고, 더 노력하면 꿈은 더 빨리 이루어진다는 사실까지 알아낸 것 같았다.
◇지켜야 할 것들
경제는 필연적으로 사회 속에서만 살아 움직인다.
상대방이 있고 룰이 있다.
지키지 않으면 경제의 기본 원리들이 무너지는 룰들은 스스로 세워가야 한다.
돈을 벌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들이다.
캠프에서는 이 부분도 강조됐다.
캠프에는 노동부와 세무서, 경찰서까지 마련돼 있었다.
회사 설립에는 법적 절차가 요구됐고, 물건을 판 뒤에는 반드시 세금을 내야 했다.
사원들에게 적정한 급이 지급되지 않으면 노동부에 고발될 수 있고, 편법을 쓰면 경찰에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번 돈을 어떻게 써야 할 지, 남은 돈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고민도 던져졌다.
아울러 기부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1박2일의 짧은 캠프였지만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경험은 다양했고, 생각할 거리도 충분해 보였다.
가족들끼리도 충분히 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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