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객은 여름의 추억 남기고 미화원은 '여름악몽'

입력 2004-08-21 11:05:26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얌체 시민들이 많더군요."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올 여름.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찾아온 시민들로 몸살을 앓았던 산과 공원은 이제 '여름과의 전쟁'을 막 끝냈다.

무더위 속에서 우리 생활 주변의 환경을 지켜온 사람들. 환경 미화원들의 올 여름은 어느해보다 힘들었다.

"이제 밤에 찬바람이 부니 속이 후련 합니다.

정말 전쟁 같은 여름을 보냈습니다.

"

팔공산에서 근무하는 환경 미화원 김흥옥(48.여)씨. 동화사 주변의 청소를 맡은 김씨는 여름 내내 몸살을 앓았다.

올 여름들어 팔공산을 찾은 시민은 하루 평균 6만여명. 이들이 쏟아내는 평일 평균 1.5t, 주말에는 3t이나 되는 쓰레기를 동료 6명과 함께 치워야 했다.

김씨는 "나뭇가지에 쓰레기를 끼우거나 아예 땅에 파묻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 쓰레기 수거가 힘들었다"며 "불판 등에 고기를 구워먹고 뒤처리는 뒷전인 사람들, 쓰레기를 절벽 등에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특히 얄미웠다"고 말했다.

이번주 들어 팔공산을 찾는 시민이 하루 1만여명으로 줄어 일하기가 훨씬 나아졌다는 그는 "시민 의식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올여름은 공원을 찾는 시민이 많아서인지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가 유난히 많았다"고 덧붙였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20일부터 한달간 60여만명의 시민이 찾았던 대구 수성구 월드컵공원도 형편은 비슷했다.

한달 간 이곳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60t에 달했다.

특히 이곳을 관리하는 미화원들은 애완동물을 데리고 오는 시민들이 부쩍 느는 바람에 동물의 배설물 처리로 또다른 고통을 겪어야 했다.

미화원 장종희(48.여)씨는 "피자 박스나 통닭 봉지, 빈병과 페트병 등 부피가 크고 무게는 작게 나가는 쓰레기를 공원 곳곳에 버려 많은 애를 먹었다"며 "쓰레기가 많아 작업시간인 오전에는 일을 끝내지 못해 야간에도 교대로 쓰레기 수거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공원 운영팀 관계자는 "올 여름에는 공원 외곽이나 연못 등 인적이 드문 곳에 어김없이 애완동물의 배설물이 쌓여 고생을 했다"며 "특히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악취까지 심해 힘들었지만 좀처럼 얌체 행위가 줄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무더위가 물러가면서 예전의 평온을 서서히 되찾고 있는 도심내 공원들. 환경미화원들은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양심지수 만큼 여름의 흔적이 빨리 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