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가짜 실업자

입력 2004-08-16 15:46:52

'사이비(似而非)'란 말과 행동은 그럴듯한데 진실하지 않은 사람이나 진짜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가짜 물건을 말한다.

정교한 모조품은 진짜와 구별이 쉽지 않고, 때로는 진짜를 뺨치는 행세까지 한다.

그러나 진짜와 가짜는 만들어진 과정은 말할 나위가 없고, 그 속에 담겨진 정신이 전혀 다르다.

진짜에는 창조적.독창적인 정신이 깃들여 있으며, 그 과정에도 고통스러운 삶과 자기 희생이 따른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가짜가 판을 치고, 오히려 진짜보다 대우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가짜의 범람은 생활 속에서 가짜 불감증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짜인 줄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심지어 그럴듯하기만 하면 가짜라도 좋다는 풍조까지 만연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공익을 왜곡해 내세우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지도층은 가짜 지도층인데도 진짜로 행세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 암담하다.

아래층도 예외일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실업 급여를 받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짜 실업자'도 덩달아 많아진 모양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재취업 이후에도 실업 급여를 챙기다 들킨 사람이 2천840명이나 된다.

이처럼 부정 수급자가 크게 늘어난 건 재취업 때 자진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당국도 이들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 상반기의 실업 급여 수급자는 35만7천871명으로 2001, 2002년의 연간 수급자 수에 육박하며, 지난해의 43만3천798명에 견주어도 비교가 안 될 정도이다.

부정 수급자 역시 해마다 크게 늘어나 올해 상반기에는 부정 수급액이 무려 10억6천700만원이나 됐다니 기가 찬다.

실업 급여가 실직자의 생계 안정과 재취업을 돕기 위한 제도라면 '가짜'가 판을 치도록 한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걸까.

▲부정 수급 유형은 실직했다 취업한 뒤의 미신고가 가장 많고, 피보험 자격 취득 및 상실의 허위 기재, 소득 미신고, 이직 사유 허위 기재 등이 그 뒤를 잇고 있어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양심 불량의 소산이 아닐 수 없지만, 당국도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이제 아래위를 막론하고 가짜가 판치는 사회를 정직한 진짜가 아니면 발을 붙이지 못하는 사회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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