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민들은 신행정수도이전과 지방분권으로 지방의 경제도 살아날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구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도 인근 중소도시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IMF 이후에 지방에 산다는 점을 점점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물론 지방에 산다는 것에도 몇 가지 장점도 있다.
먼저, 물가가 싸다는 점이다.
서울에 비해 지역이 좁기 때문에 교통비도 적게 들고 차비나 차량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음식값은 서울 친구에게 한턱내도 서울의 절반도 들지 않는다.
둘째, 생활환경이 쾌적하다는 점이다.
외지에서 특히 서울에서 이사 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산으로 둘러싸인 대구의 자연환경과 울창한 가로수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또 도심이 팔공산과 앞산 등에 둘러싸여 서울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
셋째, 아는 사람이 많아 살기가 좀 수월하다는 점이다.
동창생이나 친지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웬만한 일은 전화 한 통화로 해결되니, 이 또한 지방에 오래 살고 있는 이득이라면 이득이 아닐까?
넷째, 생활수준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대기업도 없고 고소득 전문직도 그렇게 많지 않고 보니, 비슷한 아파트에 먹고사는 수준이 고만고만하고 서울처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점도 지방에 사는 장점이라 위안을 삼는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럼 지방에 사는 불편함은 무엇일까?
첫째, 이류 국민이라는 자괴감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서울이외에는 모두 지방이다.
물론 지당한 이야기지만 부산이든 서울이든 상주든 서울사람들은 도시 규모에 상관없이 모두 지방사람이라고 분류하면서 그 어법 뒤에 숨겨진 묘한 차별의식을 보여준다.
하기야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팔아서 대구의 아파트 네 채를 살 수 있으니 지방은 잘나봐야 지방인 것도 사실이다.
이웃이 서울로 이사 가면 다 잘돼서 가는 것이고 지방으로 이사 가면 형편이 나빠져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정책이나 예산은 서울이나 수도권에 먼저 나눠주고 나머지를 갈라서 지방에 조금씩 나누어준다.
방송이나 신문도 온통 서울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교통상황, 서울이나 수도권의 경제상황만 보도한다.
그러니 지방민은 모두 이류다.
둘째, 모든 지방대학은 이류대학이다.
지난 80년대에는 지방대학을 졸업해서 대기업에 취업하고 공기업에 취업하고 남는 사람만 중소기업에서 모셔갔다.
대학의 랭킹도 서울 몇몇대학 다음으로 경북대, 부산대 등이 명문으로 꼽혔다.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모든 대학을 치고 그 다음으로 지방대학을 꼽는다.
지방에 있는 대학은 서울과 수도권에 있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이류대학인 것이다.
물론 몇몇 지방대학의 학과들은 경쟁력이 있기도 하지만 지방대학은 모두가 이류대학으로 여겨지고 있다.
셋째, 지방의 산업은 변방산업밖에 없다.
요즘 소위 잘나가는 BT, IT 등 첨단산업은 모두 서울의 테헤란로와 수도권에 모여 있다.
구미와 포항의 대기업도 본사는 모두 서울에 있고 지방공장에서 제품만 만들어서 서울로 보낸다.
힘든 일은 지방에서 하고 세금은 서울시민에게 돌려주는 셈이다.
몇 년 전에 생물산업과 관련해서 논문을 한 편 써서 학회지에 실었는데 서울에 있는 논문심사교수가 "지방에 생물산업이 왜 필요한가?"라고 쓴 평을 잊을 수가 없다.
넷째, 지방출신 서울사람은 모두가 서울사람이다.
지방에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을 얻거나 대학원을 다닌 사람들은 언뜻 생각하면 애향심이 대단해서, 서울에서 거주하지만 국가정책을 세우거나 개발할 때 지방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것 같지만 이는 착각이다.
오히려 이들이 더 서울의 이익을 대변하고 지방의 경쟁력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더 이상 이류국민, 이류대학, 이류산업을 지방에 방치하지 말자. 또 지방출신을 앞세운 중앙정부나 수도권의 감언이설에 속지말자. 우리가 힘을 합쳐 지방의 몫을 가져올 때 더불어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권오상 상주대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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