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교향 묘소 찾은 이육사 외동딸 옥비(63)씨

입력 2004-08-03 13:52:42

독립운동으로 고초 겪은 부친 회상 목메

"아버님 어머님 묘소를 10여년만에 찾았는데 올해는 더욱 감회가 새롭습니다.

"

민족시인 이육사(李陸史.1904~1944년) 선생의 외동딸 옥비(李沃非.63)씨가 2일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 고향 마을의 부모님 묘소를 손자 이승엽(30.회사원)씨와 함께 찾았다.

이날 묘소 방문에는 고려대 김종길(金宗吉) 명예교수와 육사탄신기념사업회 회원 등 20여명도 동행했다.

일본에서 살고 있는 이씨는 "고향 마을에 육사 문학관이 들어서고, 육우당(六友堂)도 복원된 것을 보니 하루 빨리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며 애써 눈물을 감췄다.

"아버님 6형제는 남달리 우의가 좋아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고 회고한 이씨는 육사 문학관 뒤편에 복원된 육우당 가옥을 접하고 특히 감격하는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3세때인 1944년 1월 16일 베이징시(北京市) 내구(內區) 일본 헌병대 감옥에서 순국한 까닭으로 생전의 기억들은 감감하지만, 어머니에게 옛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어요."

이씨는 독립운동을 하던 아버지가 17번이나 감옥살이를 하는 바람에 어머니까지 주요 감시대상이 되자 일경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남편에게 소박을 맞았다"는 거짓말을 한적도 있다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되살렸다.

당시 아버지가 투옥될 때마다 새 한복을 마련해 감옥에 넣어주시곤 했는데, 한참 뒤면 한복에 붉은 물감이라도 들인듯 온통 핏물이 배어나왔다고 하더라며 가혹했던 아버지의 옥살이 이야기에 이씨는 목이 메었다.

비록 독립운동가 후손이지만 특별한 혜택을 받은 적이 없었고 또 그런 대우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도 없었다는 그는 오히려 안동시와 안동청년유도회.안동문인협회.안동향교.안동보훈지청.안동문화원 등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민족시인 이육사의 꿈과 삶'.'광야에서 부르리라'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아버지의 삶을 훌륭하게 조명해 준 데 대해 감사한다는 것. 이날 오후 2시부터 안동시민회관에서 열린 '이육사탄신 100주년 추모학술 강연회'에도 참석한 이씨는 1천여 참석자들에게 머리숙여 인사했다.

안동대 김희곤 교수는 이날 40년의 생애 동안 독립운동과 문예활동을 하며 가시밭길을 걸었던 육사의 삶을 소개하며, 겨레와 민족에 대한 그의 올곧고 웅숭깊으며 가없는 경의를 표했다.

60을 넘긴 육사의 외동딸 분홍색 상의에 이날 누군가가 예쁜 꽃을 달아줬고, 안동은 온통 육사 선생의 추모 열기로 가득했다.

안동.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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