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담당 기자를 하다 보면 하루에 몇 번씩 독자의 전화를 받는다.
"설사가 잦고 배가 자주 아픈데 대구에선 이 분야에서 어느 의사가 최고입니까.", "축농증 수술을 가장 잘 하는 의사가 누구입니까."
기자는 '명의(名醫)'를 찾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당혹스럽다.
솔직히 아무개 의사가 최고라고 추천하기 두렵다.
아무리 실력이 있는 의사라도 환자와 '운때'가 맞지 않으면 효험을 못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전화를 건 사람에겐 속 시원한 대답은 아니지만 환자가 찾아가야 할 진료과를 얘기해 주고 가까운 동네의원부터 찾을 것을 권한다.
이왕이면 단골의사를 만들면 좋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단골의사는 유명하지 않아도 된다.
단골의사는 전문분야가 아니더라도 환자의 증상을 보고 적절한 전문의를 소개해 줄 수 있다.
무턱대고 큰 병원, 유명한 의사를 찾는다면 돈과 시간이 더 많이 든다.
얼마전 60대 중반의 의사를 만났다.
한 동네에서 30년 가까이 환자를 보고 있다고 했다.
3대가 나란히 환자로 등록된 가족들도 있단다.
그 집에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이다.
당연히 그 가족의 건강이나 병력에 대해서도 훤하다.
단골의사가 필요한 개인적인 사례 하나. 기자의 장인은 당뇨병을 갖고 있다.
2년전부터 발에 궤양이 생길 정도로 증상이 심해 서울로 원정 진료를 하기 시작했다.
주치의는 국내 당뇨병 대가로 알려진 대학병원 교수이다.
그러나 2개월마다 약 처방을 받았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당뇨병은 생활 습관병이다.
유명한 의사를 만나 치료를 받는 것도 좋지만 충분한 진료시간, 면밀한 상담, 의사와의 잦은 만남, 증상에 따른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됐다.
그래서 서울보다 대구, 대학병원 보다는 당뇨병(내분비대사)을 전문으로 하는 개원 의사가 적절할 것으로 기자는 생각했다.
이런 뜻을 전하고 장인을 설득한 끝에 의사를 바꿨다.
그리고 증상도 많이 나아졌고, 장인 역시 서울에서 느껴 보지 못한 성실하고 친절한 진료에 만족해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7명(72.2%)이 단골의사를 정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67.1%가 '단골약국을 정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단골의사로 누구를 정할까. 환자의 말을 잘 들어주고, 친절히 설명해 주고, 약처방 이외에 생활에서 고쳐야 할 점을 지적해 주는 의사라면 족하지 않을까. 여기에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는 의사라면 금상첨화.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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