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그렇게 대단하고 중요한 나라라고 생각합니까. 미국에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요."
미국 내 한국전문가들의 반한(反韓)정서는 상당히 고조돼 있었다.
자신들과 같은 소수의 전문가 의견은 별 문제가 안 된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미국 대중이 서서히 한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중을 상대로 정치하는 나라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대통령의 정책이 국민여론을 거스르지 않는다.
대중이 한국을 혐오하고 한국으로부터 돌아서면 관계회복이 어렵다는 요지였다.
◈미국 내에 고조된 반한(反韓)정서
하와이에서 있은 지난 며칠 간의 안보세미나는 대강 이런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주마간산(走馬看山)의 위험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로라 하는 한국 전문가들이 한미관계를 잘 보아야 중립, 아니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국이 미국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을 해대는 나라라며 못마땅해 했다.
일제로부터 나라를 해방시켜주고, 공산주의로부터 나라를 지켜준 은공을 비방으로 되갚고 있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경제개발을 도와주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보답이 반미주의냐는 반문도 덧붙여졌다.
미국사회에서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설득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일반 국민들의 반한 정서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미관계를 있는 그대로 강조해도 대중들이 공감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한국을 저대로 놔두면 미국의 골칫덩이가 될 수 있으니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역접근법을 취해야 먹혀든다는 것이다.
이런 정서적인 반감만이 아니었다.
일부 전문가들의 한국에 대한 전략적 가치도 덩달아 평가절하됐다.
현실능력이 중시되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이란 기껏 중간 정도 규모에, 자원이라곤 거의 없는 나라가 아니냐는 게 이들의 냉정한 시각이다.
현 정부의 자주국방론에 대해서도 우회적인 의구심을 표시했다.
한국이 독자적인 안보나 국제안보를 논할 능력이 되느냐는 은근한 냉소까지 내비쳤다.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비중은 우리의 생각만큼 높지 않다는 이야기로 요약됐다.
물론 이런 비판적 논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신중한 입장의 다른 전문가는 미국에게 있어 한국은 언제나 중요한 나라임을 상기시켰다.
미국시장을 넘나드는 한국제품의 존재는 한국을 불가결의 나라로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국제 테러리즘의 위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차원의 안보협력도 긴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대미 인식은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국가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과거의 주인과 손님 식으로 파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군 재편을 미국의 시대적 필요성이라는 시각으로 보지 않고 한국에 대한 징벌로 보는 것을 그 한 예로 들었다.
우리의 대미관이 19세기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한국의 선택 3가지를 제시했다.
한미동맹의 유지, 중국과의 동맹, 북한과의 동맹이 그것이다.
북한과의 동맹은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북한으로부터 얻을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동맹은 다소간 실익이 있겠지만 지배.피지배의 관계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등적 협력관계는 미국과만 가능하다는 이야기였고, 그 전제조건은 한국의 동맹관계 복구노력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한국의 감정적 사치일 뿐이라며 대등적 관계 달성은 신중하고 적절한 방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19세기적 대미관 벗어나야
"우리 정부가 왜 이 모양이에요. 일본 사람들은 노 비자로 마구 헤집고 다니는데 한국 사람들은 미국 오기가 점점 힘들어져요. 정부가 대미외교를 그르치는 바람에 백성들만 고단해진 것 아닌가요. 교민들은 장사가 안 돼 죽을 맛이죠."
우연히 만난 한 교민의 첫마디 언급이 참여정부에 대한 불만과 원성이었다.
"한국 사람들 기막힌 대통령을 뽑았다"는 미국 언론의 비아냥을 소개하며 탄핵사태까지 입에 떠올렸다.
교민사회는 힘을 잃고 있었다.
한국인 방문자 수가 줄어드는 만큼 활기가 떨어지는 게 교민사회다.
한미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문제아로 부각된 한국-정부의 '국제적 무지'에 대한 당혹감이 뒤통수를 때리는 안보세미나였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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