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어린이의 권리

입력 2004-07-17 08:56:48

'스스로 죽을 수 있는 어린이의 권리' 이 말은 '야누쉬 코르착'이 1928년에 쓴 "아이들이 존중받을 권리"라는 책에서 말한 표현입니다.

이 말은 당시 어린이를 너무 지나치게 감싸고돌아 아이들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회적 교육풍토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합니다. 당시와 지금의 우리를 비교해보면 별로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오죽했으면 '스스로 죽을 수 있는 권리'라는 표현을 사용했을까요?가끔 학부모님들로부터 '우리 애는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무조건 엄마를 찾아요'라는 말씀을 듣습니다.

이런 상황의 일차적인 책임은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 있습니다. 송순재 교수는 '아이들을 지나치게 감싸는 것은 어른들의 두려움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다칠 만한 것들은 아이들의 눈앞에서 다 없애버리고 조금이라도 힘든 것이라면 대신해줍니다. 교문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어머니들은 매가 먹이를 낚아채듯 가방을 뺏어갑니다.

지금의 어른들은 아이들의 기회를 빼앗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어린이의 권리와 경험을 빼앗는 것입니다. 경험을 빼앗긴 아이들은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며 언젠가는 아무 것도 하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아이들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그들의 권리를 돌려주어야 합니다. 경험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내버려두자는 것은 아닙니다.

과잉보호와 일방적인 지시 대신에 아이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갈등하여 선택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과잉보호는 사랑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 아이가 혼자 멀리 떠날 수 있도록 키워야 합니다.

스스로 죽을 수도 없는 아이들은 진정 살아있는 아이가 아닙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 어른들에게 물어봅니다. "당신은 얼마나 아이들을 믿고 계십니까?"

박준형 두류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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