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부부 또 생이별 위기

입력 2004-07-16 13:24:21

"탈북 도운 여인과 겨우 가정 꾸렸는데..."

"한국이 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 바랍니다.

"

탈북자 박성남(41.가명)씨는 요즘 밤잠을 자지 못한다.

1년전 대구에 정착해 아내가 지난 4일 예쁜 딸까지 낳았지만 아내와 '생이별'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박씨의 아내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이노야또바 나루기자(30)씨. 나루기자씨는 박씨가 지난 99년 러시아 벌목공으로 일하다 달아나 우즈베키스탄으로 밀입국했을 때 도움을 준 여인이다.

박씨는 지난 2002년 UN난민지위를 얻어 우리나라에 들어왔는데 위험한 상황에 놓인 자신을 헌신적으로 도와줬던 나루기자씨를 지난해 7월 한국으로 초청,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박씨가 나루기자씨와의 혼인 신고를 위해 관할 구청을 찾았으나 호적상 아내가 이미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혼인 신고가 불가능했던 것. 박씨는 한국 입국 직후 정보기관에 북한의 가족 사항을 이야기했는데 정보기관은 이를 근거로 박씨의 호적을 만들면서 북한에 있는 아내의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씨는 북한에 있는 아내와의 정상적인 결혼 관계가 사실상 불가능함을 들어 이혼 및 호적 정정을 가정법원에 몇차례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박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아내는 관광비자로 입국, 체류 기간 3개월이 지나 이미 불법 체류자 신세가 돼 있다"며 "나 하나 믿고 이역만리에서 온 아내와 갓 태어난 아기에게 너무 큰 아픔을 주는 것 같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현재 산후조리원에 머물고 있는 나르기자씨도 "그 많은 고통과 난관을 이겨내고 남편과 살림을 꾸렸는데 뜻밖에 이런 일이 생겨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새롭게 인생을 출발하는 우리 아기에게 한국이 정당한 가족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박씨와 같은 탈북자가 겪는 법률적 문제를 인정하고 탈북자 및 이산 가족의 가족법 개정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법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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