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됐다고 달라질 게 뭐 있어요?". 송종인(56) 영덕군의회 의장은 13일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평소와 다름없는 시각. 흙이 덕지덕지 붙은 옷을 껴 입은 그는 곧바로 들녘에 나가 오전 8시까지 일을 했다.
땀을 뻘뻘 흘린 4시간. 농약 살포 등 하루 일이 대충 마무리됐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옷을 갈아입고 의회로 출근해 지역의 각 기관을 인사차 방문하며 협조를 구했다.
"의장 본연의 임무를 다하려면 앞으로 1시간 정도는 더 일찍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
송 의장이 갖고 있는 평소 지론은 '집중 투자로 최대 효과를 낸다'는 것. 농사일도 마찬가지다.
들녘에 있는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하느냐가 철칙이다.
병곡면 출신인 그는 현재 집 앞 사천들 논 105여 마지기(한 마지기 200평)의 논을 경작할 뿐만 아니라 위탁영농으로 남의 논 100여 마지기도 경작한다.
모심기는 한 마지기당 5만원, 벼와 보리를 수확할 경우 한 마지기당 3만원씩을 받는다.
이 많은 농사일 대부분을 송 의장 혼자 처리한다.
부인 이인수(55)씨도 거들 만한 입장이 못된다.
부인은 13년째 후포 모 홍게가공공장에 일을 나가기 때문이다.
"아마도 수십년째 제가 마을에서 가장 일찍 일어날 겁니다.
" 그의 연간 조수입은 7천500여만원. 이 중 3천여만원은 영농비로 나가고 4천500여만원이 수입이다.
농민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송 의장은 "의장 됐다고 농사를 줄일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1시간만 더 일찍 일어나면 모든 일이 가능하다는 것. 굳이 선택하라면 농사를 줄이면서까지 의장할 생각은 없다고도 했다.
군 제대 후 농촌에 정착한 그는 28세때 이장을 시작으로 병곡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 병곡면 청년회장, 애향동지회 회장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펴 오고 있다.
정착 당시 논 한 마지기를 물려 받아 현재 100여 마지기의 대농으로 성장한 그는 의장이기 전에 진정한 농사꾼이었다.
하도 일을 많이 해 지문마저 거의 지워졌다는 그는 '농사꾼 의장'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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