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업은 나가고 영세업체만 '빼곡'
대구 첫 산업단지, 3공단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1968년 이후 대구 주요 산업단지로 명맥을 이어오다 90년대 중반부터 심각한 난개발과 슬럼화로 공단 기능을 상실하고 있지만 최근 대구시 도시기본계획 변경에 따라 도시형 첨단업종과 주거.상업지구가 공존하는 복합단지로 재개발될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것.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3공단 실태를 들여다보고 도심형 신(新) 산업단지로서의 재개발 가능성과 추진 방향을 살펴본다.
◇도심속 슬럼 공단
"1990년대 초반 160개 수준이었던 3공단 입주업체는 올 들어 1천개를 돌파했습니다.
100평 내외의 수많은 영세 임차기업들이 무차별 입주해 있는 3공단을 정상적 산업단지로 볼 수 있을까요".
3공단 내 최대 부지(1만평)를 자랑하는 영남주물 박명호 사장은 대형 공장들이 하나 둘 공단을 빠져나가면서 수많은 영세업체들이 그 빈자리를 메꾸고 있다며 공식적인 공단내 입주업체들은 881개로 집계되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다시 쪼개져 실제로는 1천개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원네거리~ 원대오거리 일대는 갈수록 슬럼화되고 있는 3공단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수많은 영세업체들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선 이곳엔 길 양쪽으로 각종 화물 트럭과 승용차가 빼곡이 주차돼 차 1대가 빠져나가기 힘들 정도로 좁은 골목길이 많았다.
공단을 가로지르는 2개의 도로만 겨우 정상 소통되고 있을 뿐 수십여개의 이면도로와 소로는 주차 및 하역공간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경기 침체로 아예 공장을 비워 둔 영세 임차 업체가 수두룩했고, 임대료조차 제때 내지 못하는 이들 기업이 물러난 자리에는 철공소 수준의 북성로 부근 가내수공업업체들까지 속속 입주하고 있는 실정.
최근 폐쇄한 무림제지 창고 부지에는 종업원 5인 내외의 46개 영세업체가 한꺼번에 들어서는 등 대형 공장이 사라진 자리에는 수많은 소규모 공장이 증.개축돼 주차난, 물류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곳의 대표적 대형업체 중 하나였던 ㅅ면직이 지난해 공단을 빠져 나갔고 종업원수 400명으로 공단 최대 규모인 ㅍ정공도 이전을 계획 중. 그러나 체계적 리모델링 계획이 전무해 영세업체 숫자는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3공단내 땅값은 평당 200~250만원 수준으로 대로변에 위치한 일부 지역은 300만원을 호가한다.
땅값이 너무 비싸 고령, 왜관 등지의 싼 부지를 찾아 떠나는 대형 업체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대부분의 부지가 부동산 임대업체들에게 넘어가 100평 내외의 임차 업체만 신규 입주하고 있는 것.
북구청 관계자는 "현재 5천평 정도의 부지를 가진 업체는 ㅂ섬유, ㅅ산업(자동차 부품), ㅎ사(건설 자재)정도에 불과한 실정으로 4, 5년새 수많은 대형공장들이 공단을 떠났지만 경쟁력있는 제조업체들의 입주는 전무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3공단을 재개발하라
3공단내 난개발과 슬럼화가 본격화된 것은 대구시가 1997년 3공단을 주거용도로 변경한다는 '2016년 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부터다.
시는 공단 입주 업체들을 '위천공단'으로 보내고 3공단은 주거지역으로 재개발할 예정이었지만 위천공단 조성계획이 10년 넘게 표류하면서 공단도 아니고 주거, 상업지구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돼 온 것이다.
주거단지로 전환한다는 방침아래 수 년째 낡은 인도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으며 하수시설이 부족해 비만 오면 이 일대 전체가 물바다가 되고 있다.
공단 근로자들은 버스 노선이 모자라 출퇴근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산업단지로서의 3공단 입지 조건은 나무랄 데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도심과 인접해 유휴 인력 확보가 용이하고 경부고속도로와 가까워 물류교통이 편리할뿐만 아니라 경북대, 영진전문대 등 주변 고급인력도 많아 도쿄 오타쿠같은 선진국형 도심 산업단지를 벤치마킹하고 체계적 리모델링 계획을 수립할 경우 얼마든지 비전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관할 북구청과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 3공단을 도시형 신산업과 주거.상업단지가 공존하는 복합단지로 재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제기됐지만 대구시는 2016년 도시기본계획에 따라 3공단을 순수 주거단지로 용도 변경한다는 기존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이같은 시 입장에 변화의 조짐이 인 것은 지난해 말. 대구시 경제정책과 최삼룡 과장은 "주변 여론을 수렴해 위천공단 조성을 전제로 마련한 2016년 도시기본계획을 폐기하고 2020년 도시기본계획을 다시 세우는 중"이라며 "올해 말쯤 시 입장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며 현재 분위기로는 복합단지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밝혔다.
◇3공단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그러나 3공단 재개발은 결코 쉽지 않는 과제다.
무엇보다 10여년을 방치돼 수많은 영세업체들로 슬럼화 된 3공단에 어떤 업체들을 남겨두고 어떤 업체들을 내보낼 것인가가 최대 난관.
북구청 경우 최근 3공단내 기계업체와 IT산업을 접목시켜 메카트로닉스 사업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재 3공단에서 첨단업종으로의 전환이 가능한 경쟁력 있는 업체는 손에 꼽기도 힘든 실정이라 세부 기획안 마련엔 손조차 못대고 있다.
입주업체 및 전문가들은 "3공단 재개발 결정이 너무 늦어 하루라도 빨리 구체적 리모델링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단 재개발 계획이 계속 지연될 경우 지금과 같은 난개발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심화돼 3공단을 복합단지로 개발하려는 시도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고 우려했다.
공단내 ㄷ철판 김상동 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이 모호해 일단은 3공단에 계속 남아 있으려는 임대 업체가 많다"며 "아파트형 첨단업종으로의 전환을 분명히 해야 부지 개발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대 장지상 교수는 "이미 집적화 한 영세업체들이 쉽게 공단을 옮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토지생산성이 높은 아파트형 공장을 도입해 취득세, 등록세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면 도심형 신산업 공단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춘근 대구.경북개발원 연구실장은 "인위적인 공단 재개발보다는 우선 닻을 올려 자연스러운 업종 개편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3공단은 현재 업종 특성에 따라 안경 클러스트 조성, 메카트로닉스로의 전환 등으로 장기 방향을 정해 기존 장점부터 최대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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