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살아있는 교과서
태언(방촌초등 4년'여)이의 방과 후는 또래 친구들과 사뭇 다르다.
친구들이 이 학원 저 학원을 돌아다니는 오후 시간을 온전히 집에서만 보낸다.
친구들이 학원 교재에 끙끙거리며 메모를 할 시간, 태언이는 엄마와 함께 신문을 집어든다.
1면부터 시작해 정치, 경제, 문화, 사회면까지 샅샅이 훑는다.
기사는 물론 사진, 광고까지 빼놓지 않는다.
관심이 있는 기사나 사진 등을 발견하면 즉시 가위를 댄다.
스크랩한 내용은 학습장에 붙여진다.
관련 내용이나 생각거리 등은 아래에 메모한다.
태언이에게 신문은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 못지않게 중요한 학습 교재가 됐다.
태언이가 집에서 신문활용교육(NIE)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어머니 박경선(39)씨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혼자서도 척척이다.
7일 기자가 집을 방문했을 때도 태언이는 신문 속의 지식탐험에 나서고 있었다.
"신문에는 궁금해 하는 모든 것이 들어 있어요"라며 신문을 바라보는 눈길이 보통 아이들과는 달랐다.
박씨는 "신문을 가까이 하면서 역사와 과학, 시사상식 등의 분야에서 또래들보다 몰라보게 많은 지식을 쌓게 됐다"고 했다.
신문 읽기가 생활이 되면서 책과도 절로 가까워졌다.
글쓰기도 거침이 없어졌다.
하루에 두 번 세 번씩 일기를 쓸 정도.
이날 태언이는 휠체어 사진을 스케치북에 붙여놓고 연상되는 단어들을 정리해가고 있었다.
'장애인-병원-교통사고-다리-도와주는 사람-의자-계단'. 거기까지 쓰더니 이번에는 '고물-알프스 소녀 하이디'라고 썼다.
"고물은 뭘 의미하죠?"라고 물었더니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이 빨리 나아 더 이상 휠체어에 앉을 일이 없으면 고물이 되지요"라고 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는 책에서 읽었는데 친구인 클라라가 몸이 약해 걸을 수 없었잖아요. 그게 생각났어요."
박씨는 "신문활용교육이 단순히 지식 전달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사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남을 이해하는 마음은 물론 사고력, 논리력, 발표력, 이해력 등이 함께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이슈가 됐던 '김선일씨 피살 사건'도 좋은 소재거리가 됐다.
"아이들은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죽임을 당했으니 이라크는 나쁘다고 단순히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왜 죽임을 당했을까'에 대해 신문을 펼쳐 놓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러한 사실 외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죠."
태언이는 엄마와 함께 미국과 이라크의 관계에서부터 파병논란, 촛불시위 등의 키워드를 꺼내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라크가 지구의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 지도를 펼쳐놓고 찾아보면서 중동 지역의 지리적 특성이나 주변 국가, 기후 등도 알게 됐다고 했다.
엄마의 역할은 또 있었다.
박씨는 신문에 나오는 영화, 전시회 등의 정보를 그때그때 메모해 두었다가 시간이 나면 직접 현장을 찾아가 체험학습으로 연결시킨다.
미리 정보를 얻어 이야깃거리를 만든 후 찾아가면 구경만 하고 돌아올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박씨는 "신문은 풍부한 지식과 재미가 담긴 값싸고도 유용한 교과서"라며 그 동안의 과정을 설명했다.
"처음엔 아이가 읽기 적합한 기사를 골라 스크랩을 해 줬어요. 기사를 놓고 토론을 벌이거나 직접 주제를 찾아 일기를 써 보라고 시키기도 했죠. 아이가 점차 신문은 읽을거리가 많고 재미있다는 걸 스스로 깨달아 가더군요."
박씨는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신문을 펼쳐들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 위해서는 부모가 부지런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가르쳐 주려는 부모의 욕심은 금물이라며 항상 아이와 함께 한다는 마음가짐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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