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혼인신고 '미루기'

입력 2004-07-12 15:42:03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가족은 인간의 일상적인 결핍의 공급을 위해 자연에 의해 만들어진 조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러 다른 가족들의 조합은 마을과 도시를 이루고, 나라를 형성하게 되는 건 말할 필요조차 없다.

가족이 사회의 기초단위임은 세계의 다양한 문화들이 예외 없이 말해주고 있다.

게다가 '가족은 어린이들의 첫 번째 학교이며, 부모는 강력한 모델'이라는 말도 누구에게나 설득력을 얻는다.

그래서 결혼과 가족은 성스럽기까지 하다.

▲영화 '디제스터'에는 삼혼.입양아.동성애 가정 등 유별난 가족 형태가 등장해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그런 가족 개념이 영화에서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특히 이혼율의 급격한 증가는 모든 문화의 기초가 되는 가족을 해체시켜 문명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지금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닐는지....

▲결혼식을 올리고도 혼인신고는 미루는 풍토가 신세대 부부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 추세가 주요 원인이라지만, 격세지감이다.

더구나 과거와는 달리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이혼율이 크게 늘어나면서 여성들이 더욱 혼인신고를 늦추는 경향이다.

또한 재취업이나 전직할 때 기혼자면 불리하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의 초혼부부 231쌍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아내의 월평균 수입이 210만원 이상인 부부는 88.5일, 190만~210만원은 82일, 190만원 이하는 68일, 전업주부형 부부는 59일이다.

그런가 하면, 혼인신고 지연 이유도 지난날과는 아주 다르다.

이혼에 대한 불안감이나 상대에 대한 믿음 부족 등 '결혼의 불안정성'이 무려 68.6%나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세태가 많이 달라져 급증하는 이혼율을 지켜보는 신세대들이 배우자를 검증하는 기간을 갖는 걸 나무랄 수만은 없을는지 모른다.

이혼 이후 더 불리해질 수 있는 여성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결혼과 이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풍토는 분명 문제다.

혼인신고를 안 했다는 이유로 신혼부부가 작은 갈등으로도 '이혼행'을 한다면, 가정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풀려버릴 것이므로....

이태수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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