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농촌으로 탈출하라

입력 2004-07-02 14:30:44

금요일, 한 주를 마감하는 날. 왠지 가슴 설레는 이틀간의 휴무가 기다리고 있다.

근로자들에겐 더할 수 없는 행복감과 넉넉한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기회이다.

어제부터 공기업과 금융보험업, 근로자 1천명 이상 사업장에서 주5일근무제가 의무적으로 실시됐다.

행정기관도 매월 둘째.넷째 토요일은 쉰다.

주5일근무제 도입으로 전국의 180만명에 가까운 근로자들과 일부 공무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이 적지 않은 일상의 변화를 맞게 됐다.

근로자들은 주어진 여가를 최대한 활용, 잘 놀면서 활력과 경쟁력을 키워 새 제도와 시간에 어울리는 삶의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

무료하게 노는 주말이 아닌 적극적으로 선택한 휴식을 즐기는 주말로 꾸며야 한다.

여태껏 40, 50대 근로자들은 산업사회의 강도 높은 노동환경에서 묵묵히 일을 한 경제발전의 견인차였다.

자신을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업무의 중압에 눌려 살아야만 했다.

늘 휴식을 원하면서도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여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이젠 일상의 권태에서 벗어나 윤택한 삶과 일의 능률을 한 단계 더 높일 여가문화를 창출할 시점이다.

파도소리 철썩이는 조용한 바닷가,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숲속 계곡에서 나만의 공간과 여백에다 삶의 활력소를 재충전하려 할 것이다.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해야할 지를 뒤돌아보면서….

자아(自我)실현과 자기계발을 위해 여가를 즐기려는 주말 근로자 붙들기 경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관광·레저업계, 유통업계 등에서 유혹의 손짓을 하고 있다.

농촌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농촌지역 지자체들은 주5일근무제에 대비한 체류형 관광(farm stay)기반을 조성하고 "최고의 쉼터, 우리 고장으로…"를 외치고 있다.

'도시의 직장에서 5일동안 열심히 일한 당신, 농촌에서 2일동안 편안히 휴식을 가지십시오'라는 5도2촌(五都二村)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서….

며칠전 안동에서 경북북부권 행정협의회가 열렸다.

안동.문경.의성.예천.영양 등 북부지역 11개 시장.군수가 한자리에 모여 경북북부권의 공동발전의 방향과 묘책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여러 현안들 중에서 북부권 관광진흥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공동홍보를 하기로 입을 모았다.

오는 8월 중순 서울의 한국관광공사에서 서울지역 여행사.언론인들을 초청, 11개 시.군 합동관광설명회를 열어 경북북부권의 관광자원과 아이템을 널리 알려 '관광객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수려한 자연경관의 산야에서 들꽃.들풀을 즐기고,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으며, 전통적인 유교문화 유적.유물을 감상하며 도시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청량감을 느껴 보라고 목청을 돋울 것이다.

"청정지역인 영주의 서천 강가에서 강수욕, 한여름 밤하늘에 수놓을 영양의 반딧불이 잔치,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봉화 내성천에서 은어축제를 즐기시라…". 또 "가을에는 자전거 도시인 상주에서 자전거를 타며 건강을 다지고, 민속문화의 요람지인 안동에서 국제탈춤페스티벌의 향연에 젖고, 봉화의 송이축제에서 산송이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경북북부권역을 묶은 공동관광마케팅의 본격적인 시발점이 되는 셈이다.

주5일 시대를 맞아 늘어날 유동인구를 경북북부권으로 흡인하려는 이 지역 지자체들의 한결된 마음의 결정체이다.

그간 자치단체들은 연합전선을 펴면 유리한 사안도 독자적으로 업무나 사업을 추진해 행정력 낭비와 재정적 손실과 함께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공동관광마케팅은 지자체간의 비협력과 대립으로 인한 불신과 갈등을 씻어낸 조화로운 산물로서 커다란 홍보 시너지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각 지역은 나름대로의 강점이 있다.

그 지역에서만 갖는 휘귀한 자원과 문화를 살린 강점을 내세운다면 엄청난 빛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지역 스스로의 슬기와 땀방울로 자기고장을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으로 만든다면 여가를 즐기려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주말에 농촌을 찾은 도시의 직장인들이 "잘 쉬었다 갑니다"라고 말하고, 지역민들은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응대하는 소리가 어우러지게 하자. 이게 바로 주5일근무 시대에 '휴식'과 '이문'을 한꺼번에 잡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 아닐까.

유해석(경북북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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