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파이팅-스크린쿼터

입력 2004-07-02 10:19:58

◇스크린쿼터로 인한 영향

이번 논란은 1988년 할리우드 직배사가 한국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때 서울의 한 극장에 뱀까지 풀어가며 '한국 영화시장 사수'를 외쳤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상황에 대한 판단 차이에서부터 출발한다.

정부는 한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고 1천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박 영화, 국제영화제 수상작 등이 잇따르는 한국 영화의 질적.양적 성장을 쿼터 축소의 이유로 제시한다.

한국 영화가 스크린쿼터라는 보호막 없이도 스스로 설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계에서는 시장 점유율 상승이 일부 대박 영화에 의해 이끌어지고 있으며 한국 영화의 성장세 역시 최근 4, 5년간의 단기적 성과에 불과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한국 영화 매출이 1997년에 비해 5배나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외국 영화 매출 역시 2배 가까이 늘어난 사실은 한국 영화가 외국 영화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스크린쿼터를 하루 축소할 경우 한국 영화 시장 매출은 327억여원, 30일 축소할 경우 8천억원 가까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미 투자협정과의 연관성

문화관광부는 스크린쿼터 축소 조정 방침이 한미 투자협정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독자적으로 결정했고 청와대나 관계부처와 사전에 협의하지도 않았다는 것.

이에 대해 영화계에서는 "쿼터 축소가 미국의 압력으로 비롯됐는데, 한미투자협정과 관련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독자적으로 결정했다면 세제 혜택이나 각종 지원책은 현실화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경제부처에서는 한미 투자협정의 가장 큰 걸림돌로 스크린쿼터를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투자협정의 본질을 투기자본에 무한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불평등한 투기 협정이라고 비판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미국와 투자협정에 서명한 45개국의 일인당 국민소득 평균이 2천84달러에 불과하다는 점, 2003년 발효된 한일 투자협정 이후 일본의 직접 투자가 1/3로 격감한 점, 세계은행 보고서조차 투자협정의 투자 유치 효과가 미미하다고 밝힌 점 등을 논거로 제시한다.

◇정부 전제조건의 허와 실

이창동 전 장관은 스크린쿼터 축소와 관련해 △한국 영화산업에 심각한 위축 신호가 나타날 대 쿼터제를 회복할 수 있는 연동제 도입 △비상업적 영화 상영을 보장하는 새로운 쿼터 신설 △재정 지원을 포함한 종합적 지원방안 마련 등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연동제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투자협정의 부속서상 예외 리스트에 포함되는데, 일단 등재되면 오직 삭제만 할 수 있을 뿐 변경이 불가능하므로 현실성이 없다는 것.

예술영화나 저예산 영화 등 비상업적 영화에 쿼터를 주자는 데 대해선 찬반론자 모두 찬성하는 사안. 하지만 쿼터 축소 이후 재정.세제 지원에 대해선 죽어가는 사람에게 진통제를 주사하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뿐이라는 의견이 적잖다.

한국 영화 상영 일수를 현행 146일과 미국이 요구하는 73일 사이 수준으로 축소할 경우 금융자본의 영화 투자 후퇴-한국 영화 제작 편수 감소-한국영화 시장 점유율 하락이 이어져 결국은 한국 영화의 몰락을 가져올 뿐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아무리 지원을 한다고 해도 몰락의 속도를 잠시 늦출 수 있을 뿐 결국에는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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