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무보수명예직까지 손해배상" 판결

입력 2004-06-15 11:33:53

법원이 파산한 신용협동조합에 재직했던 감사(무보수 명예직)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아 IMF이후 문을 닫은 대구.경북지역 120여개 신협의 임원.감사를 상대로 한 유사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신협.새마을금고 등 소규모 금융기관의 비상근 이사와 감사, 주식회사의 사외이사 등 실질적인 경영 책임을 지지않던 이들까지도 향후 손해배상 책임을 떠맡게 될 것으로 보고 있어 이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법원(재판장 김용담 대법관)은 지난 4월 26억여원의 불법대출과 관련, 예금보험공사가 대구의 모신협 전 감사 손모(농업)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고 승소 판결을 내렸던 원심을 파기해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들이 명의만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감사에 취임한뒤 전문지식 부족으로 직원들의 불법.부당 대출을 알지 못했고 조합에서 상의도 없이 임의로 자체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를 알 수 있었을 것이므로 감사로서의 임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대법원(재판장 이규홍 대법관)은 지난 3월 예금보험공사가 춘천 모신협 전 감사 김모(가구점 경영)씨를 상대로 낸 손배청구소송 상고심에서도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 승소 판결을 내렸던 원심을 파기, 춘천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신협의 파산 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는 전국의 파산 신협 330여개의 임원.감사 전체를 소송 대상으로 잡고, 선별작업에 나섰다. 예금보험공사는 지금까지는 부당.불법대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이사장과 직원 일부에 대해서만 손배 소송을 제기했었다.

한 변호사는 "신협.새마을금고 등의 이사.감사의 경우 '명예직'이라는 이유로 이사장과 친분이 있거나 나이든 조합원이 이름만 올려놓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누구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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