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주변 지역을 하루라도 빨리 개발하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철도 주변 지역의 개발 필요성과 맞물려 '지상화'로 결론난 것 같습니다".
대구처럼 고속철의 도심 통과문제로 홍역을 치른 대전시청의 신성호(도시계획과 담당)씨 말이다.
대전은 10여년을 끌어온 고속철 도심통과 문제에 대해 지난 5월11일 '철도변 주변을 정비하는 조건의 지상화'로 결론지었다.
도심 통과구간을 지하 40~60m 깊이에 건설하지 않고 총 8.8㎞(대덕구 오정동~대전역~동구 판암동)의 도심 통과 구간을 지상으로 하되, 철도변의 낙후된 도시기반시설을 대대적으로 정비.개량하겠다는 것.
대전시는 이를 바탕으로 입체시설 17곳과 완충녹지 및 방음벽 설치를 위한 5천431억원의 사업비를 반영해줄 것을 정부당국에 요청했으며, 한국철도시설공단은 5천109억원의 반영 계획안을 내놓았다.
신성호씨는 "열악한 시의 재정상황을 감안한 국비의 효율적 활용, 안전 및 유지관리의 장점, 철길주변 개발을 통한 주민욕구 충족,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 등이 있어 '지상화' 선택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최근 대구에서 다시 제기된 '지상화' 요구도 대전과 같은 맥락에서 시작된 것이다.
지난 5월부터 '철길 주변 개발 촉구를 위한 1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조한기(58.대구시 서구 비산동)씨.
"철길 주변 주민들이 수십년 동안 겪어온 고통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를 얻으려고 오는 사람도 이제는 없어요. 고속철 건설을 계기로 철길 주변 주민들에게도 이제는 관심을 가져줘야 합니다".
이 같은 조씨의 호소에 강황 대구시의회 의장과 경부선이 지나는 중.동.북구의 시의원들이 힘을 보태고 서구의회 의원, 철길주변의 통.반장들도 일부 가세하고 있다.
목표는 '고속철도의 지상화를 통한 철길주변 개발'이다.
대전처럼 대구도 도심 통과구간을 지상화하고, 그대신에 낙후된 철길 주변 지역을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받아 정비.개발하자는 것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경부선 철길이 지나는 지역은 4개 구(區), 17개 동(洞)에 이르며 동당 주민 1만~2만명을 감안해도 17만~34만명이 철길 인근 지역에 살고 있다.
대구시 전체 인구(250만명)의 10% 안팎이 경부선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대구시의회 강황 의장과 김성진 의원 등 서구의원들은 "철길 주변 지역의 상당수가 소음 공해와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보행 불편 등 각종 주민 애로도 말할 수 없이 많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시를 통과하는 철길때문에 도심에 8개의 지하차도가 만들어졌고 3곳의 보도 육교, 2개의 교량 등이 설치돼 있다.
이렇다 보니 철길을 중심으로 나쁜 교통 및 보행 환경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철길 안전사고 역시 고속철 개통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박승국 전 국회의원은 지하화를 강하게 주장하다 16대 국회 임기 종료 직전인 지난 2월, 입장을 바꿔 지상화를 공개적으로 외쳤다.
박 전 의원은 "종전에는 지하화가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그러나 지하화에 따른 막대한 예산을 절감하고 철길 주변의 환경정비와 개발을 위해서는 지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처럼 대구도 '지상화'할 경우 철길 주변 지역 개발에는 대전(5천여억원)보다 더욱 많은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도심 통과구간(서구 평리동~고모역으로 산정할 경우 14㎞)이 대전(8.8㎞)보다 훨씬 길기 때문.
김돈희 대구시 도시건설국장은 "대구는 도심통과 구간이 길고 철길 주변의 정비 요소가 많아 9천억원 이상의 재원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고속철을 지하화하지않고 지상화를 하면서 절감되는 사업비 7천여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철길 주변의 주민들이 바라는 개발.정비는 몇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소음문제 해결을 위해 도심구간 21.8㎞의 철길 양쪽에 방음벽을 설치하는 것이다.
또 철로 주변의 완충녹지 조성과 도로 개설도 이뤄져야 한다.
대구시는 철길 양쪽에 폭 10m, 길이 14.6㎞에 이르는 녹지와 도로개설이 각각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철길 주변의 교통소통을 돕기 위한 입체교차 시설 3곳을 신설하고, 8곳을 확장하는 등 도로개선 사업도 함께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계명대 도시공학과 김철수 교수는 "대구의 도심 통과방식을 '지상화'할 경우 초고압선 통과에 따른 안전성 확보와 소음.진동 피해, 공사기간 중 도심 교통대책, 굽은 선형문제, 철로변 완충녹지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지상화는 예산 절감과 주변지역의 개발 투자라는 장점이 있으나 환경과 경관 등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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