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반달가슴곰

입력 2004-06-05 15:57:48

곰은 예부터 한민족과는 가까운 사이였다.

우리의 고대신화에도 기록돼 있으며, 전설이나 민담에도 자주 등장한다.

삼국사기에는 환웅과 결합하여 국조인 단군을 낳았다고 기록돼 있다.

전설 민담에서는 미련탱이로 묘사되기도 하고, 꿈에 위인의 등장을 예고하는 상서롭고 인자한 동물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백두, 설악, 지리산 등 한반도 전역에 살았던 반달가슴곰은 유럽이나 시베리아의 불곰보다 덩치는 작아도 민첩하고, 앞가슴에 반달모양의 흰무늬가 인상적이어서 동물애호가의 사랑이 남다르다.

▲우리와 사이가 가까웠던 반달곰이 서식환경의 변화로 멸종 직전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리산에 남아 있는 야생 반달곰은 어림잡아 다섯 마리로 추정되며, 이 상태로 방치할 경우 20년이내에 반달곰은 멸종할 것이라고 한다.

개체수가 자체번식에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멸종을 막기위해서는 외부에서 건강한 다른 개체를 도입해 인위적으로 그들과 교류시켜 증식시켜야 한다고 한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곰 복원팀은 지금까지 네 마리의 반달곰을 지리산에 방사해 이들이 자연에 어떻게 적응하며 기존의 야생 반달곰과 교류하는 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 결과 두마리는 자연 부적응으로 실패하고, 현재 장군이와 반돌이만이 남아 있다.

▲지리산에 방사된 장군이와 반돌이는 그동안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들이 산속서 살아가는 모습이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우리들의 안방에 전해짐으로써 자연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우리들에게 다시한번 되새기게 하고, 자연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물론 장군이와 반돌이가 민가에 접근해 꿀통을 훼손하는가 하면, 사찰에 침입해 쌀을 훔쳐먹고 스님들의 방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등 횡포가 없지않았지만 우리는 장군이와 반돌이의 자연적응 과정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여기서 중단하느냐 계속하느냐 기로에 서 있다고 한다.

장군이와 반돌이의 횡포에 대해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다, 지리산에 새로 투입할 반달가슴곰을 두고 시베리아산으로 할 것인지 중국이나 북한산으로 할 것인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리산 반달곰복원팀은 어떤 쪽을 택하던 유전자 감식을 통해 한반도산에 가까운 순수종을 투입하겠다며 복원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각계에 호소하고 있다.

반달곰 복원사업은 생태계의 복원은 물론 우리의 정체성을 위해서라도 지속돼야 한다.

지리산에 반달곰이 없다면 우리의 정서가 너무 메마르지 않겠는가.

최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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