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나들이'

입력 2004-05-27 15:19:52

웰빙 트렌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허브'다.

몇 년 전부터 조금씩 대중화된 허브는 아직 그 이름이 낯설지만 일상생활 중 몇가지는 알아두면 유용한 식물이다.

허브는 향기만 맡아도 몸이 상쾌해지는 효과가 있다.

허브농장에 가면 생각지도 못한 허브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허브농장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고, 주로 수도권에 몰려 있다.

대구에서 가까운 곳이 충북 청원군에 위치한 상수허브랜드. 경부고속도로 청원 IC를 빠져나오자마자 자리하고 있어 찾기가 쉽다.

주말을 이용해 가족나들이 코스로도 좋다.

인근에 자리한 운보(雲甫) 김기창의 집도 가볼 만한 여행지다.

◆상수 허브랜드

충북 청원군 부용면에 위치한 상수허브랜드는 국내 최초의 허브전문 농장이다.

대표 이상수씨가 허브가 아직 생소했던 1988년부터 농장 개발에 나서 지금의 2만평 규모의 동양 최대 허브농장으로 가꾸었다.

이곳에는 이씨가 전세계를 돌며 수집한 약 550종의 허브들이 자라고 있다.

실내정원 내 허브터널은 이곳만의 자랑거리. 50여m에 이르는 터널은 허브향기가 몸에 밸 정도로 향긋한 내음이 그윽하다.

이맘 때면 진한 향기뿐 아니라 눈부신 오색 빛깔의 꽃들이 터널을 수놓아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터널 오른편에 줄지어 심어진 허브들은 직접 만지거나 먹을 수 있다.

'오레가노'라는 허브는 잎사귀를 만지면 만질수록 박하향이 진하다.

또 스테비아 잎은 씹으면 달싹한데 당도가 설탕의 300배 이상 높단다.

헬리오트로프를 입 속에 넣으니 초콜릿맛이 난다.

정원 밖에는 500년 적송과 천년송을 비롯한 희귀한 소나무 분재와 철갑상어가 유유히 노니는 연못, 공룡 모양의 기이한 바위 등이 있어 산책하기 그만이다.

특히 10년마다 45도씩, 80년마다 스스로 한바퀴 돈다는 적송 앞에 서면 새삼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골든타임.레몬타임 등의 허브가 쭉 깔린 허브카펫은 맨발로 걸어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지압이나 살균이 될 뿐 아니라 밟고 지날 때마다 향기가 피어오른다.

허브랜드 관람료는 어른 3천원, 학생 2천원. 허브농장에 가기 전 상수허브랜드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각종 정보를 훑어보는 것도 알찬 여행을 위해 필수(www.herbland.co.kr). 043)277-6633.

◆운보의 집

운보의 집은 1984년 김기창(金基昶) 화백이 말년의 작품활동을 위해 어머니의 고향에 터를 잡은 살림집이자 작업공간이었다.

운보 김기창은 청각장애라는 불구를 극복하고 현대 한국화의 거장으로 우뚝 선 작가로 '청산도' '군마도' 등 걸작을 남기고 3년 전 작고했다.

운보의 집은 그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추모장소인 셈.

2만8천여평의 대지에는 운보의 살림집을 비롯해 미술관.도예공방.찻집.운보의 유택 등이 자리하고 있다.

입구를 지나면 비단잉어가 한가로이 노니는 아담한 연못을 만날 수 있다.

예술인의 연못답게 크지는 않지만 작품처럼 아름답다.

그가 생전에 모았다는 갖가지 수석과 뒤뜰에 심어놓은 오죽(烏竹)이 정취를 더한다.

운보의 유택이었던 한옥을 지나면 운보미술관. 운보의 유작 60여점과 생전의 그의 유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천원짜리 지폐에 새겨진 세종대왕 초상화가 눈길을 끈다.

돈을 늘 몸에 지니고 다니지만 세종대왕의 초상화를 운보가 그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도예공방에는 각종 생활도자기가 생산되고 있고 찻집에서는 운보의 판화작품과 기념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

043)213-1203.

이 근처에는 세계 3대 광천수로 알려진 초정약수터가 위치하고 있다.

세종대왕이 60일간 머무르며 안질을 치료하였다는 유서 깊은 약수터다.

돌아오는 길에 들러 매콤하고 차가운 천연 탄산수도 맛보자.

글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맛집

허브랜드 내에는 '허브의 성'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이 곳의 별미는 바로 꽃밥. 바이올렛.베고니아.인파첸스.나스터티움 등의 허브꽃을 밥과 비벼먹는 특이한 음식이다.

쉽게 말해 허브꽃 비빔밥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음식이다.

밥이 담백하고 먹을 때마다 꽃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데다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돼 폭발적인 인기다.

먼저 꽃을 민트 김치국에 띄워 잰 다음 허브 고추장을 밥에 놓고 허브가 상하지 않게 젓가락으로 섞는다.

그리고선 꽃을 비빔밥 위에 얹어 먹으면 된다.

일반 꽃밥은 6천원, 스트로베리 꽃밥은 1만2천원이다.

꽃밥을 먹으려면 허브랜드를 관람하기 전 미리 예약해 놓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가는길

경부고속도로→추풍령→대전→청원IC→상수허브랜드→청주 방향 17번 국도→충북도청 인근서 증평 방향 36번 국도→내수리서 초정리 방향 511번 지방도→운보의 집→초정약수터

사진 : 골든타임, 레몬타임 등 허브를 쭉 깔아놓은 허브카펫. 카펫 위를 걸을 때마다 진한 향기가 나고 지압·살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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