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가 아름다운가게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는 모 기업과의 공동행사를 진행하면서, 그 기업과 아름다운가게의 공통점을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박원순 변호사의 말마따나, 아름다운가게에는 거창한 구호가 없다.
구호와 주장보다는 제안과 권유가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그 제안과 권유조차도 시끄럽지 않다.
거기에는 나눔과 재사용이라는 일상적인 실천으로 곰삭혀진 세상에 대한 성찰의 지혜만이 가득하다.
깊은 침묵을 배경으로 한 한 마디 말이 공명의 힘을 가지듯, 아름다운가게의 곰삭혀진 성찰의 지혜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어,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힘을 얻어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름다운가게는 일반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헌 물건을 되판 수익금으로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이나 그들을 돕는 단체들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이다.
그러니까 아름다운가게는 일반시민들의 기증하고자 하는 선의에서 출발한다.
이기적으로 경쟁하고 경쟁적으로 더 소유하는 삶으로 등 떼미는 시장자본주의에서 남들에게 무엇인가를 기증하고 자산을 기부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자본주의가 주도하는 문화가 서로가 서로를 돕는 상부상조의 오래된 본능을 체계적으로 박탈해 온 사실을 곰곰이 떠올려 본다면, 기증하고 기부하는 행위가 낯선 행위인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헌 물건을 기증해 달라는 아름다운가게의 조용한 제안과 권유로 많은 시민들의 기증하고 기부하며 서로가 서로를 돕는 상부상조의 오래된 본능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2002년 10월 서울 안국동에 1호점이 생긴 이래 1년 반 만에 22개의 매장으로 늘어난 것이 이를 입증해 준다.
지난 4월 23일 전국에서 스물한 번째 매장으로 문을 연 대구 반월당 동아점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 어린 관심 역시 이를 입증해 준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가게가 차갑고 살벌한 시장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신시(神市)와 같은 대안적 호혜경제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의 연대의 그물코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지나친 비약일까. 어쨌든 기증은 이러한 대안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유쾌한 상상의 근원지가 되어주었음은 분명한 일인 것 같다.
아름다운가게운동이 지향하는 가치는 '나눔'과 '순환'으로 요약된다.
나눔이 기증이나 기부라는 실천으로 나타난다면, 순환은 재사용이라는 일상 속 실천으로 나타난다.
사실 아름다운가게의 '기부-구매-수익창출-공익활동'의 시스템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면서 시민들은 헌 물건을 재사용하게 된다.
그것은 하나의 물건의 라이프 사이클을 연장시키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재사용을 통해 시민들은 우리의 소비문화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우리는 왜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오히려 물건에 얽매여 있는가, 우리는 왜 이토록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아가는가, 우리는 왜 이토록 무한정으로 생산하기만 하는가.
오늘날 우리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에 따른 재생불가능한 자원의 고갈과 어머니 지구의 파괴에 일상적으로 직면해 있지만, 그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끊임없는 소비에 취해 허울뿐인 풍요를 구가할 뿐이다.
어머니 지구와 우리들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은 너무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서 있다.
기증하고 헌 물건을 사는 과정을 통해, 시민들이 오늘날 우리들의 소비문화에 대해 이와 같은 성찰을 하면서 차츰 의식적으로 고양되기를 아름다운가게는 꿈꾼다.
그렇게 의식적으로 고양된 시민들의 연대로 물건의 재사용을 통한 순환을 꿈꾼다.
그것은 지속가능성의 허약한 토대 위에 서 있는 어머니지구를 위한 오늘 우리들의 선택이다.
아름다운가게는 기부와 재사용이라는 제안으로 대안적 사회와 지속가능한 어머니지구를 만들어가는 데 상상력을 제공해 준다.
거기에는 어떤 거창한 구호가 없다.
생활 속에서, 아주 일상적인 생활과정 속에서 상상력이 대안의 힘이 되고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가게운동은 박원순 변호사의 말마따나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어가는 생활문화혁명'인지 모른다.
박상규(아름다운가게 대구본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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