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폐지'가 개혁의 전부라더니

입력 2004-05-21 14:03:14

정치권이 까마귀고기를 먹은 모양이다.

다시 '지구당 부활'얘기가 솔솔 불고 있다.

정치권 스스로 두달전에 없애놓고 이를 스스로 어기겠다는 이유가 지역여론, 민의(民意)의 수렴기능이 상실된다는 것이다.

웃기는 짓거리다.

본란은 결론부터 말한다.

18대 총선때, 지구당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에서 한번이라도 선거해보고 이런 소리하면 밉지 않을 것이다.

지구당폐지를 골자로한 정당법이 왜 생겨났는지 까마귀 고기를 먹지 않았다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다 알 터이다.

불법 정치자금때문에 숱한 정치인이 콩밥신세가 되고, 그 몸서리나는 정경유착-정치권의 부패고리를 끊어야겠다는 일념때문에 '돈 먹는 하마', 불법적인 인력동원의 창구였던 지구당을 전면폐지시켰던 것 아닌가.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이 법을 다시 뜯어고치자고? 그래서 다시 도둑질을 해볼 여지를 갖자는 것인가?

어떤 제도든 완전할 수는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선자든 낙선자든 지구당이 없어짐으로써 불리한 조건, 불편한 사항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사람만나는 핑계론 그것보다 좋은 기구가 없을 터이다.

그러나 선거철만 되면 '돈선거쭭조직선거'가 판을 쳤던 것도 각 정당마다 전국에 깔린 200여개의 지구당이 있었기에 가능했음 또한 사실이다.

순기능보다 역기능의 폐해가 더 엄청났기에 없앴던 것이다.

주민접촉.민의수렴을 내세우지만 이제 그 기능과 역할의 상당부분은 지자체.지방의원들에게 념겨주고,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문제접근으로 방향을 틀 때도 됐다.

무소속일때, 정치신인일 때는 지구당의 병폐를 주장하다가 당원이 되고 당선자가 되면 폐지의 병폐를 주장하는 이중행태도 옳지 않다.

어처구니 없게도, '지구당폐지' 위반에 따른 처벌규정이 개정정당법에 없다는 이유로 범법(犯法) 하겠다는 태도라면 더이상 그 입으로 개혁 운운하지 말기 바란다.

강조하거니와 지구당 자체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개혁한답시고 바꾼 법.제도라면 불편한대로 한번 써보고 난 후에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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