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일반가정 입주케 집구조 배려를"

입력 2004-05-07 14:27:14

"원룸때문에 동네가 엉망이 되는 것을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어요".

6일 낮 12시쯤 대구 중구 삼덕동 대구동부교회 앞. 원룸 공사장의 인부들과 주민 20여명 사이에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바로 옆에는 레미콘 트럭 2대가 공사장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서너시간을 대기해 있었다.

주민들이 이처럼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삼덕동에 원룸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이에 따른 갖가지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

주민들은 "원룸촌이 형성된 이후 쓰레기 무단투기, 야간 소음, 도난 사건 등 날이 갈수록 동네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다"며 "한때 대구에서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던 주택가였는데 원룸촌으로 변해가면서 삭막해지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실제로 삼덕동 일대에는 3년 전부터 원룸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 현재는 80채가 넘어 원룸 집단촌을 형성하고 있다.

지금도 4곳의 원룸이 신축 공사중인데 집단행동에 나선 주민들의 반발로 공사가 한달 이상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으며, 낡은 집이 헐린 공터에는 어김없이 '동네 망치는 원룸 반대한다' 등 내용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어 주민들의 격앙된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희섭 삼덕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원룸을 막무가내로 막는 것은 아니다"며 "동네가 형성될 수 있게끔 원룸 건물내에 최소한 두 가정이라도 입주할 수 있도록 한다면 주민 누구도 원룸 공사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룸 건물에 24평 이상의 집이 함께 지어지면 주인이 직접 살면서 원룸 세입자들을 관리하거나, 정상적인 가정이 입주할 수 있어 주거지역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민과 원룸 건축업주 간의 갈등이 첨예해지자 대구 녹색소비자연대와 대구YMCA 등 시민단체들도 주민들의 편에 가세, '원룸의 무분별한 건립을 반대'하는 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건축주 측은 "구청의 허가를 얻었고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데도 주민들이 물리적으로 막는 것은 부당하다"며 "24평 규모의 일반 가구를 함께 지어 세를 놓으면 월 100만원 정도의 손해를 보는데 개인의 재산권도 보호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윤형구 대구 중구청 건축주택과장은 "3년전에 중구 인구 10만명 회복운동의 일환으로 오래된 집에 원룸 등 건물 신축을 많이 허가했다"면서 "이 때문에 삼덕동 일대가 원룸촌으로 변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데 양측의 양보를 이끌어내 일단 공사가 중단된 4채부터 해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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