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병 대처 이렇게

입력 2004-04-30 09:04:16

▶고3 병의 원인

많은 사람들이 '고3병'은 수면 부족과 과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근본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육체의 피로보다는 공부가 뜻대로 되지 않고 기대하는 성적 향상이 제때 일어나지 않은 데서 오는 심리적 불안이나 좌절감이 근본 원인인 것이다.

상당수의 수험생들이 학교나 학원에서 자율학습을 하다가 자정 무렵 집으로 돌아온다.

현관에 들어설 때의 지친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연민의 정을 자아내는 동시에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가정에서는 그들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심한 피로의 기색을 보이면 그 날 하루를 알차게 보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공부가 잘 되고 계획한 만큼 실천했다면 집에 와서도 활기가 넘치고 몸놀림이 가벼운 게 보통이다.

성취감은 사람으로 하여금 피로를 잊게 하기 때문이다.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는 서로에게 진실하지 않다.

부모는 자녀가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공부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한다.

학생 자신도 이 문제를 어정쩡하게 넘겨버린다.

간섭과 잔소리가 귀찮아 공부하지 않은 날도 공부한 척하는 것이다.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이런 날들이 계속 이어지면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증세가 악화되면 생활의 활력을 잃게 되고 만성피로에 빠지게 된다.

▶예방과 치료

'고3 병'의 예방과 치료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성취감이다.

할 수 있는 만큼 계획을 세워 반드시 실천하고 그 성취감이 쌓이면 생활이 즐겁게 되고 매사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고3 병이 찾아올 수가 없다.

하는 일에 신명이 나면 어려움도 기꺼이 참을 수 있고, 잠을 적게 자도 별로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수험생은 이런 사실을 직시하고 변명이나 핑계거리를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수험생활 전반에 대해 낙관적인 자세를 갖고 스스로 결단하며 그에 따른 책임도 자신이 지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시험에서 평소보다 좋지 못한 성적이 나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문제는 입시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수험생은 꾸준히 노력하면 다음 시험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느긋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시적인 성적 등락은 언제나 있을 수 있다.

모의고사는 과정일 뿐 최종적인 결과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잣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부모의 태도

주변을 살펴보면 고3 수험생은 폭군이고 부모는 몸종인 집이 많다.

많은 고3 어머니들이 모든 일정을 자녀의 시간에 맞춘다.

스스로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다가 자녀가 기대만큼 못하게 되면 배신감을 느끼거나 심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부모는 특히 어머니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모가 자신의 일이나 취미에 몰두할 때 자녀들은 부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존경한다.

부자간에 혹은 모자간에 관계가 좋고 대화가 많은 집일수록 상호간에 독립성을 존중하는 경향이 높고 각자의 일에 몰두한다.

부모 자식 간에 애정 어린 대화가 많은 집일수록 자녀들의 성적이 좋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계속 밝혀지고 있다.

학생을 보면 가정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부모가 극성스러울 때 자녀가 소심해지는 경향이 강하다.

평소에 잘 하다가도 큰 시험에 성적이 좋지 않은 수험생의 뒤에는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만성적인 잔소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시기일수록 부모는 자녀를 믿어야 한다.

모든 것을 믿고 맡긴다는 자세를 보여줄 때 수험생은 더욱 의젓해지고 강한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자녀가 다소 못 마땅하더라도 다른 집 학생과 비교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남과 비교하는 것이다.

내 아이 나름의 장점을 찾아내고 가능한 한 자주 칭찬을 해 줘야 한다.

천재를 만드는 최고의 비법은 칭찬과 격려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시험 결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심각해지면 학생은 기댈 곳이 없어져 다시 일어설 용기를 잃고 만다.

한 번 성적이 좋지 않다고 평소의 생활 태도까지 싸잡아 나무라서도 안 된다.

다음에 반드시 만회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다음 성적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도 좋지 않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데, 안달하고 다그쳐서 일을 그르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고3은 통과의례

대학입시는 예전에도 있었다.

지금보다 과거가 더 치열했다.

그렇다고 당시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지금보다 적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 때는 부모나 자식이 고3 시기를 인간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당연히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자녀가 한두 명으로 줄어들면서 가정의 모든 시간과 경제력이 교육에 집중됐고 이와 함께 온갖 부작용이 생겨난 것이다.

고3 병은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간섭이 수험생을 짓누르는 무거운 집안 분위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비정상적이고 비생산적인 교육 열기를 차분히 가라앉히며 삶을 전체적으로 생각하려 애써야 한다.

가정은 가족 구성원이 정서적 안정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내일을 위한 활력을 다시 얻는 재충전의 원천이다.

지나친 간섭과 잔소리, 감당할 수 없는 요구보다는 따뜻한 눈길로 모든 것을 이심전심 나눌 수 있는 사랑의 보금자리가 되게 해야 한다.

성적은 공부의 과정을 즐기며 학습량을 착실히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구체적인 점수로 드러난다.

과정을 무시한 채 결과에 매달려 조급해하면 일을 그르치기 쉽다.

수험생이나 학부모 모두 미래를 낙관하며 현명하게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