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태극기 휘날리며'….
최근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은 대규모 전투장면의 장대한 스케일에 한 번쯤 압도되는 느낌을 잊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1982년작 영화 '간디'를 기억하는 영화팬이라면, 이제 더이상 영화는 배우와 엑스트라, 스토리만으로 제작될 수 없는 과학기술의 산물임을 인식하게 된다.
영화 '간디'의 장례식에 등장한 30만 인파가 모두 실제 사람들로 채워졌다는 사실이 큰 화젯거리였지만, 이제 누구도 인해전술식으로 영화를 찍지는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영화를 '거작' '명작'으로 만드는 첨단과학기술과 과학자들의 숨은 역할을 들여다본다.
◇'마법사' 컴퓨터 그래픽='태극기 휘날리며'의 대규모 전투장면에 동원된 엑스트라는 겨우 200~300명 수준이었다.
이들이 손오공의 요술처럼 수 백배 규모로 불어날 수 있었던 것은 모션컨트롤 카메라와 컴퓨터 그래픽 기술 덕택. 제작진이 모션컨트롤 카메라를 이용해 같은 각도에서 엑스트라의 위치를 바꾸어가며 근경과 원경을 촬영하고, 이 필름을 다시 하나로 합성해 마치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엑스트라들의 복장을 달리하면 좀 더 실감나는 장면이 연출되고, 여기에다 가상 캐릭터를 동원해 먼 곳에서 뛰어다니는 병사들을 만들어 넣으면 완벽한 대규모 전투장면이 구현된다.
전투에 등장하는 야포나 트럭 등 값비싼 각종 장비들도 마찬가지. 1대만 제작한 뒤 서로 다른 위치에서 촬영해 한 장면으로 겹치면 영화에서는 수십~수백대의 대포를 선보일 수 있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에서는 대규모 전투장면을 찍기 위해 20만개 이상의 가상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진짜 살아있는 듯한 가상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모션캡쳐기술이 비밀. 사람과 사물의 위치와 움직임을 추출, 3차원 좌표로 바꾸어 가상 캐릭터들이 그대로 따라하게 함으로써 움직임에 생동감을 주는 모션캡쳐기술은 수만~수십만명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영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많이 활용된다.
실제 촬영한 화면에서 영화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배경을 지우거나 새로운 내용을 첨가해 현실감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 중에서 고전에 속한다.
◇영화속의 또다른 첨단기술= 컴퓨터 그래픽 이외에도 영화의 명장면을 창조해 내는 다양한 기술이 있다.
'매트릭스'를 돋보이게 한 공중정지 장면은 여러 대의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한 '스톱모션' 기법이 이용됐다.
흙으로 빚은 인형을 조금씩 움직이며 찍은 사진들을 연결시켜 하나의 연속적인 동작을 만들어내는 것이 스톱모션 기술의 특징이다.
보다 정교한 움직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로봇을 사용한다.
애니메이션과 일렉트로닉스의 합성어인 '애니메트로닉스'로 불리는 이 기술은 인형안에 정밀한 기계장치를 넣어 정교한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SF 영화의 고전 '킹콩'과 '그렘린'의 모가이, '쥐라기 공원'의 새끼 티라노사우르스 등도 모두 이렇게 탄생했다.
◇영화와 과학자= 과학기술을 영화제작에 활용할 뿐 아니라, 과학자들이 직접 영화제작에 참여하는 것이 최근 경향이다.
전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제작비 3천800억원)'가 해양생물학자들도 높이 평가할 정도로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담 서머스 박사(캘리포니아대 조교수)의 도움이 컸다.
서머스 박사는 영화제작팀에게 어류의 이동, 습성, 생리, 색깔 등에 대해 특강을 했고, 영화 제작을 위한 임시실험실도 운영하며 제작에 참여했다.
1998년 개봉된 혜성 충돌을 주제로 한 SF영화 '아마겟돈'과 '딥 임펙트'는 각각 유진 슈메이커 박사와 NASA 출신 연구원들의 자문을 받았다.
슈메이커 박사는 1994년 목성과 충돌했던 '슈메이커-레비9' 행성을 발견함으로써 혜성이나 소행성이 행성과 충돌하는 현상을 실증한 장본이다.
'쥐라기 공원' 2, 3편에서 '자식사랑이 가득한 동물'로 공룡이 그려진 것은 존 호너 교수(미 몬타나주립대 고생물학)의 자문에서 비롯됐다.
호너 교수는 1970년대 말 초식공룡이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모습의 화석을 최초로 발견한 인물이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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