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조합장 자살 "미진한 개혁이 부른 비극"

입력 2004-04-24 11:12:37

남청송농협 신용동(67) 조합장의 음독 자살사건은 미진한 농협개혁 문제가 부른 비극이었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았지만 남청송농협 노조원들은 '노조 탄압 중단'을 외치며 총파업에 나섰고, 농민 조합원과 이사회는 "총파업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섰다.

이 과정에서 어느 쪽의 도움도 받지 못했던 신 조합장은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신 조합장의 자살은 조합원들의 예금 인출사태를 불러왔다.

23일 하루 동안 3억원이 빠져나갔다.

신 조합장의 자살 이후 조합원들은 노조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각을 세웠으나 노조원들은 종적을 감췄다.

이 때문에 농협 연쇄점과 주유소 등은 이날부터 문을 닫은 채 운영을 멈췄다.

신 조합장 자살사건의 발단은 남청송농협 노조측이 지난 9일자로 계약 만료된 노조원 3명의 고용보장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12일부터 천막 농성에 나선 노조는 "지난달 열린 조합대의원 임시총회 이후 노조원 9명의 노조 탈퇴 및 2003년도 단체 협상안 철회, 계약직의 근무 연장 등을 조합측과 구두 합의했으나 이사회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천막농성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 조합장과 이사회는 "본격 영농철에 농민을 볼모로 한 집단 행동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사회측은 "노조를 탈퇴할 경우 계약직원에 대한 계약 연장을 보장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노조를 비난했다.

조합원들도 "조합원은 빚더미에 시달리는 판에 직원들은 내려도 시원찮을 인건비를 더 올려달라고 요구한다"며 "농성을 철회하지 않으면 조합을 탈퇴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청도와 성주 등지 회원 농협에서 터진 농협개혁 요구와 구미 장천농협 해산사태를 지켜본 노조와 회원 농협 조합원들은 더 물러설 자리가 없다고 판단, 대치해왔다.

한 조합원은 "인근 청송.현서농협에서도 갈등이 빚어졌지만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했다"며 "무리한 노사협정 타결 요구가 조합장의 자살을 초래했다"고 노조원들을 비난했다.

다른 조합원은 "신 조합장의 죽음은 기형적으로 성장한 농협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빚더미에 시달리는 농민 조합원과 임금인상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노조 사이의 갈등을 수수방관하며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농협중앙회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