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선대위원장 사퇴안팎

입력 2004-04-13 08:57:28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12일 '

노인폄하' 발언에 책임을 지고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직을 사퇴했다.

광주.전남과 제주유세를 마치고 상경한 정 의장은 오후 9시15분께 당사에서 기

자회견을 갖고 "탄핵세력이 다시 커져 15일후 탄핵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음모가 느

껴지고 있고 그 음모를 저지하기위해 무엇이든 던지겠다"며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정 의장은 "국민주권을 지켜내지 못하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한

죄인의 심정"이라며 굳은표정으로 약 1분간 자신의 심경을 밝혔으나 기자들의 질문

에는 답하지 않았다.

정 의장의 회견엔 한명숙 공동선대위원장과, 신기남 선대본부장, 비례대표 1번

인 장향숙 후보, 임채정, 김덕규, 천정배, 이부영, 유시민, 김희선 의원과 유인태

후보 등 총선후보 20여명이 침통한 표정으로 배석했다.

정 의장은 회견을 마친 뒤 곧바로 당사 1층 대회의실로 내려가 단식농성에 돌입

했고, 투표가 종료되는 15일 오후 6시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박영선(朴映宣)

대변인이 밝혔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8시30분께 제주도 지원유세를 마치고 비행기편으로 귀경한

정 의장은 김포공항에서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한다고 보도됐다"는 질문에 "그랬느냐

"며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고, 영등포 당사주변에 차량을 세우둔

채 김한길 총선기획본부장과 기자회견문을 가다듬었다.

정 의장의 회견후 한명숙 공동선대위원장, 신기남 선대본부장, 천정배 의원등

총선후보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심야회의에선 "이번 선거의 본질이 탄핵심판

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정 의장이 결단을 내린 만큼 정 의장의 거취에 대해 더이상

왈가왈부하지 말자"고 입을 모았다고 다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정 의장은 또 단식에 동참하겠다는 참석자들에게 "선거기간에 당 지도부가 모두

단식을 벌이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며 선거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고

간곡히 만류했고, 국회에서 이미 단식에 들어간 6명의 소장파 의원들에게도 단식철

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장파 의원들은 이날밤 국회 잔디밭에서 철야농성을 계속하며 향후 대

책을 논의했다.

정 의장의 단식으로 공백이 발생한 지원유세는 김근태(金槿泰) 공동선대위원장

과 신기남 선대본부장이 수도권에서, 김혁규(金爀珪) 공동선대위원장과 김명자(金明

子) 선대본부장이 영남지역에서 커버하기로 했다.

그러나 총선을 불과 사흘 앞둔 시점에서 사실상 여당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정 의장이 총선사령탑인 선대위원장직 등을 사퇴함에 따라 당내 안팎에 적잖은 충격

파를 주고 있다.

한편 정 의장은 3월26일 인터넷 국민일보 VJ팀(동영상팀)과의 가진 인터뷰에서

행한 이른바 '노인폄하' 발언이 뒤늦게 밝혀진 직후인 지난 2일 선대위원장직 사퇴

를 한때 검토했었다.

이어 11일 오전에 있었던 긴급기자회견도 사실은 사퇴를 선언하기 위한 것이었

지만 총선직전에 사퇴하는 것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변인사들의 강력한

만류로 "선거결과에 무한 책임을 진다"는 선에서 매듭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영남을 싹쓸이 할 것이란 위기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전달되

고, 당초 우리당이 기치로 내걸었던 전국정당화에 대한 기대가 물거품 되는 것 아니

냐는 우려가 확산되자 사퇴를 결심하고 이날 광주.전남유세를 마친뒤 민병두 총선기

획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자회견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민병두 단장은 "지역주의가 빠른 속도로 부활하고, 우리당이 거대여당이 될 것

이란 여론조사의 착시현상이 교정되지 않고 있어 의장이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수차

례 (사퇴를) 고민해왔다"며 정 의장의 결단 배경을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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