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별을 기르는 아이

입력 2004-04-10 09:34:13

초등학생이 된 우리 아이는 더 또렷한 언어로 아이들 세상을 전해준다. 소감은 그들 세상도 간단치 않다는 것. 나는 그 세상을 좀더 잘 알기 위하여 우리 아이가 읽은 책들을 물려받아 읽고는 한다.

어느덧 아이의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청준 선생의 '선생님의 밥그릇'(다림 펴냄)도 그러다 만났다. 소설가를 꿈꾸던 젊은 시절의 나에게 선생은 저기 우뚝 서 있었다. 요즘도 그 백발성성한 모습을 뵈면 '아, 늙는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것이구나!'하며 고개를 숙인다.

아이들은, 이 세상을 떠났지만 화가 아버지가 아이들 그림을 그리도록 아버지의 꿈에 나타나고, 병든 어머니의 슬픈 별을 의사가 발견하면 어머니를 치료해주리라 믿고 의사 집 유리창을 닦으며, 빈 도시락을 갖고 와 벌을 모면하려 하고,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어머니의 품을 떠나기도 한다.

먼저 간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간절한 사랑, 병든 어머니에 대한 어린 딸의 갸륵한 연민, 배곯는 제자를 위한 선생님의 37년간의 절식, 집나간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한없는 기다림은 우리 가슴 어딘가에 있을 동심이 흘려보낸 묘약이다.

한 땀 한 땀 수놓듯 써내려간 글을 읽어가노라면 눈이 시리고 가슴이 젖어온다. 그리고 삶에서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들에 대해 깊은 명상을 하게 된다. 동심의 실마리를 잡는다.

아이들 마음씀씀이가 다 동심에서 비롯되었다 말하지 말라. 어른이 되면 동심이 사라진다고도 말하지 말라. 동심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드러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의 동심을 파묻은 어른들은 모든 아이들이 동심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호들갑 떨거나, 요즘 아이들은 동심을 잃었다며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아이들 가슴에 묻혀 있는 동심이 드러나 빛을 내는 데도 수양이 필요하다. 초심이 곧 동심이란 진실을 어른들이 깨닫는 데도 수양이 필요하다.

온갖 비린 것에 의해 가려진 동심은 닦아야만 드러나는 법. 그것이 사색하게 하는 동화,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동화를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어야 하는 까닭이다.

영남대 교수.국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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