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을 고등학교가 좌지우지하는 현상이 서울 강남에서 뿐만 아니라 대구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구지역에서 명문고교를 배정받을 수 있는 지역일수록 집값이 비싼 반면, 공립고교가 신설됐거나 신설계획이 있는 지역의 아파트는 눈에 띌 정도로 가격이 빠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생각하면 집 바로 옆이나 가까운 거리에 학교가 생기면 통학 편리성 등으로 인해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부동산시장에 반영되는 실상은 영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신설학교 주변 아파트 시세가 빠지는 것은 해당 학교에 배정받을 경우 자녀들이 1, 2회 졸업생이 돼 선배들의 향학열은 물론 학문 외에 알게 모르게 학교생활을 통해 체득해야 하는 생활태도, 위계질서 등 인성교육을 받지 못해 그만큼 교육적인 면에서 손실을 입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설고 초기 졸업생들의 경우 졸업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학교의 지명도가 떨어져 취업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동창이나 동문회 그늘을 전혀 느끼지 못해 학부모들이 꺼리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실제로 대구 최대 아파트단지로 2003년 초 입주 이후 계속 대구지역 최고가격을 나타냈던 수성구 만촌동 '메트로팔레스' 아파트(3천420가구)의 경우 2군사령부 부근(청기와 주유소 옆)에 '동문고'가 개교(2004년 3월)하면서 집값 상승세가 멈춰버렸다.
주변의 한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동문고가 개교한 이후 경북고, 대륜고, 경신고 등을 배정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가구들의 매물, 전세가 나오고 있으며, 가격 상승세도 멈춘 상태"라고 말했다.
또 재건축될 것으로 알려진 수성구 두산동 '수성 동아' 아파트 바로 옆에 내년 3월 남녀공학의 '수성고'가 개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산동, 지산동 일대 아파트가격도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수성 동아 아파트의 경우 10.29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입주시까지 조합원 아파트의 경우 양도가 되지 않는데다가 고교 진학생을 둔 학부모들이 신설고를 피해 서둘러 이사를 떠나는 일이 벌어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2천만~3천만원까지 빠졌다.
지산동 한 아파트에 사는 이모(46)씨는 "내년에 개교할 수성고 터파기 공사가 시작되면서 아내가 그래도 기존의 명문고를 배정받을 수 있는 동(洞)으로 이사를 가자고 성화여서 집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립고가 빠져나가면서 주변 집값이 떨어지거나 신규 분양아파트 분양률이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 동구 신암동에 위치한 영신초.중.고교가 오는 2005년 동구 봉무동으로 이전(예정)할 계획 때문에 이 일대 집값은 정체되고 있다.
동구 신천동에 건립되고 있는 '현대 하이페리온' 주상복합을 분양받은 소비자들의 경우 영신고 이전 사실을 뒤늦게 알고 계약취소를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가 옮겨갈 예정인 봉무동, 불로동 일대 집값은 벌써부터 '사립학교 이전 개교' 약발을 받아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2년 덕원고가 이전해온 수성구 욱수동 등 시지지구의 아파트는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꾸준히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시지지구의 경우 여관과 술집 등 유흥시설이 없는 주거전용단지 성격이 강해 취학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부동산시장 침체속에서도 아파트의 가격 하락폭은 미미하다는 게 부동산업소의 얘기다.
수성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취학 연령대의 자녀를 둔 사람들이 집을 선택하는 잣대로 삼는 것은 고교"라면서 "신설 공립학교 주변의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현상은 수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