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 선 대구시교육청 장학사들

입력 2004-03-27 10:53:30

26일 오후 2시 대구동성초등학교 2학년 교실. 색다른 시범 수업이 펼쳐지고 있었다.

리코더 소리가 울리는 한 교실. 교단에는 교사가 아니라 음악과 담당인 최재습 장학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리코더를 불며 박자를 맞춰 보세요". 리코더를 부는 학생들 뒤편으로 교사들이 빽빽이 서 있었다.

교사가 수업을 하고 장학사가 평가하던 틀에 박힌 장학지도 방식이 아니라 '수업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장학사가 시범을 보여주는 형태였다.

최 장학사는 "늘 지켜보고 평가하던 입장에서 막상 교단에 서 보니 긴장된다"고 했다.

안윤혜(동성초) 교사는 "기존 장학 지도는 장학사가 수업을 참관한 뒤 상명하달식으로 이뤄져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으나 시범 수업을 보고 나니 수업진행 방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다른 교실. 신종주 장학사가 교사들을 앉혀둔 채 도덕과 수업을 진행 중이었다.

교사가 학생 입장에서 수업을 받으면서 학습 단계별 수업 모델, 이해 정도에 따른 수업 진행과 평가 등에 대해 고민해보는 자리였다.

윤미숙(수성초) 교사는 "장학사의 수업을 직접 들은 뒤 자유토론 방식으로 장학지도가 이뤄진다면 정책과 현장의 괴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 교육청의 이같은 장학지도 방법 개선은 전국 첫 시도다.

이경희 초등교육과장은 "지금까지 장학지도는 권위적이고 행정편의주의 성격이 강했다"며 "장학사들은 수업 연구를 통해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교사들은 참관.토론하는 과정에서 수업을 개선할 수 있도록 장학지도의 기본 틀을 뒤집었다"고 했다.

앞으로 장학사들의 시범 수업을 활성화하는 한편 인접 학교간 공동체를 구성해 우수교사 수업 동영상 시청, 분과별 토론 등을 통해 교사들의 수업력 향상을 모색한다는 것.

대구시 교육청 초등 장학사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것도 처음이었다.

장학사들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부담이 크지만 획기적인 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참관 교사들도 "시범 수업 준비에 한달을 꼬박 보내고도 별 효과를 몰랐으나 앞으로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