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에 담겨진 재미난 역사얘기

입력 2004-03-27 08:56:12

'1mm 길이의 나무부스러기에서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현미경을 통해 본 나무 조각에서 백제 무령왕릉과 금송의 비밀, 팔만대장경의 전설, 박치기의 명수 거북선의 비밀이 하나하나 벗겨진다.

나무문화재와 목재조직학이 만나 수천, 수백년 전의 역사를 규명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박상진 지음/김영사 펴냄)는 목재조직학을 연구하는 한 학자가 역사가 서린 나무 조각(나무 문화재)을 만나면서 그동안 묻혀있던 역사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나무의 횡단면에 연륜과 정보를 담고 있는 나이테, 삶의 애환을 기록한 일기장인 나무세포를 분석하는 목재조직학. 그 학문이 나무문화재를 만나 나무의 삶과 나아가 그 나무에 얽힌 인간의 역사까지 밝혀내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산림청 임업연구원, 일본 교토대학 임산공학과 석사과정, 전남대와 경북대 교수를 거치면서 '목재조직학'을 이용, 나무문화재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일에 매진해왔다.

팔만대장경 판, 무령왕릉 나무관,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인양한 보물선의 재질, 천마도를 담은 나무껍질 등을 분석했다.

1부는 저자가 나무문화재를 만나게 된 계기, 2부는 역사가 묻은 나무 이야기, 3부는 나무의 한 평생에 얽힌 이야기를 각각 담고 있다.

무령왕을 감싼 관 나무가 일본에서 가져온 금송임을 밝혀 무령왕이 어릴 때 일본에서 자랐다는 역사기록을 뒷받침했고, 팔만대장경이 전설 속의 자작나무가 아니라 산벚나무와 돌배나무로 만들었다는 것도 밝혀냈다.

달나라 계수나무, 부처님이 그 밑에서 도를 깨쳤다는 보리수의 실체 등도 들춰내고 있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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