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과 관련해 고구려 역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고분벽화 등 고구려 문화유산의 의미와 고구려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열렸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공동대책위원회'는 26, 27일 이틀 동안 서울시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유산'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 6개국의 학자 20여명이 참가해 논문발표 및 토론을 통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고구려 문화유산과 그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방향 등을 제시했다.
특히 국제적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고구려사 문제에 대한 각국 학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돼 주목을 끌었다.
당초 참석의사를 밝혔다가 참석이 취소됐지만 중국에서 '동북공정'을 주도하고 있는 쑨진지(孫進己) 선양(瀋陽)동아중심 연구주임의 자국 학계의 고구려사 연구 동향을 소개한 논문이 발표됐다.
역시 내한하지 않았지만 북한측에서도 사회과학연구원 역사연구소 조희승 박사가 고구려사를 '조선 역사'라고 주장한 발제문을 기고했다.
또 유네스코 조사위원으로 2000년과 2001년 북한을 두차례 방문하고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실무자로 참여하고 있는 아리안느 페린(미국 필라델피아 예술박물관)씨도 참가, 문화유산 등재 추진 과정을 공개하며 러시아 한국학의 대부 미하일 박을 비롯해 일본의 고구려 고분벽화 전문가인 아즈마 우시오(東潮), 미나미 히데오(南秀雄)씨 등도 참석했다.
먼저 쑨 주임은 미리 공개된 발표문에서 "중국에서 고구려사는 중국과 한국이 공유하는 역사라는 관점이 주류"라며 "현재 중국이 옛 고구려 땅의 3분의 2, 북한이 3분의 1을 계승하고 있는 만큼 양국이 고구려를 공동으로 계승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고구려가 존재할 당시 중국 중앙 정부로부터 고구려왕이라는 책봉을 받는 동시에, 중국의 중앙과 지방 관리인 정동대장군.평주자사(征東大將軍.平州刺史) 등과 같은 책봉을 받은 것은 고구려가 역사상 중국에 예속됐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페린씨는 "유네스코 조사위원회 답사 결과 북한의 고분들은 벽화가 1천500여년 전의 것이라는 점과 습도가 매우 높은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안악 3호분의 습도를 일정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통로와 콘크리트 돔은 천장의 석재에 균열이 생기는 원인이 됐다"며 "안악 3호분, 강서 대묘 등에 설치된 유리 패널는 벽화의 깨끗한 시야를 방해하고, 물방울이 응축되는 데다 벽화에 대한 앞으로의 보존 작업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아즈마 우시오 일본 도쿠시마대 교수는 고구려 벽화에 나타난 다양한 풍경을 산악, 수목, 일월, 산수, 원지 등으로 구분해 고찰했다.
그는 "고구려 벽화의 주제가 시기별로 생활풍속도, 장식도, 사신도 등의 순서로 변화했다"며 "4세기 후반부터 나타난 수렵도는 불교적 내세관으로서의 극락왕생과 권력자의 지배관념을 상징하는 보편성을 띤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휘준 서울대 교수는 '고구려 문화의 성격과 위상-고분벽화를 중심으로'란 논문을 통해 "고구려의 미술과 문화는 국제적 보편성을 띠면서도 고구려만의 수준 높고 다양한 문화와 독자적 특성을 뚜렷하고 분명하게 확립했다"며 "중국과 함께 고구려는 동아시아 지역에 있어서 선진의 문화국가로서 양대 축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전호태 울산대 교수는 '5세기 고분벽화로 본 고구려 문화'에서 "고분벽화는 고구려가 외래 문화요소 가운데 어떤 것을 받아들여 어떤 방식으로 소화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당대의 역사적 증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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