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에서 유래돼 유럽 대학들이 그 상징으로 쓰기 시작했던 '상아탑'은 현실과 거리가 먼 '정신적 행동의 장소'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전통적인 대학의 개념은 교육.연구.봉사의 기능을 중심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전당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대학이 그런 의미만으로는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게 된지는 오래다.
지식 기반의 정보사회에서 요구하는 대학의 기능과 역할은 급변하는 사회 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새롭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게 돼 버렸다.
말하자면 사회와 국가 발전, 나아가 국제 경쟁력까지 이끌어내는 산실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성장을 거듭해온 것도 어느 나라에 못지 않은 교육열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학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세계에서 대학생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들이 이젠 고학력 실업자를 양산하는 사회적 낭비 요인을 낳고 있다.
무분별한 몸집 불리기로 정원보다 고교 졸업생이 적은 '아이러니'를 연출하는가 하면, 모든 부모들도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분위기다.
▲최근 10년간 대학생 한 명이 졸업하기까지 들어가는 돈이 크게 늘어나 과거의 '소 팔아 대학 간다'는 말은 완전히 무색해졌다.
한 사립대의 대학생활연구소에 따르면 지방 출신 91학번 학생이 생활비를 포함해 졸업하는 데 드는 비용은 3천241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2001학번의 경우 등록금만 2천145만원이며 총비용은 8천430만원에 이르러 10년 사이 무려 2.6배나 늘어난 셈이다.
▲더구나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대졸자의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어 대학 졸업이 그 끝이 아니라는 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졸업 뒤 취업 준비생 신분으로 1년 정도 버틴다면 의복비 등을 제외하고도 최소한 1천140만원은 더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미 그렇지만, 어학 연수와 취업 과외비 등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여서 04학번 대학생은 1억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야 취업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고 있는 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이 직업을 갖고 신분을 상승시키기 위한 길을 만드는 곳이며, 대학 진학이 그 '통과의례'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빚더미에 올라앉더라도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 한다.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가계수지가 계속 나빠지고 그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교육비 지출 비중은 점점 무거워져 가계의 목을 죄고 있는 형편이라 한다.
모두가 대학에 보내고 가겠다는 '환상 좇기'가 언제까지 이어질는지.... 대학도, 우리의 의식도 달라질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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