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탄핵

입력 2004-03-11 15:51:10

미국의 제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1960년 제35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젊은 존 F 케네디에게 패퇴했다가 1968년 재수끝에 대통령에 오른 집념의 정치인이다.

닉슨은 한국에겐 닉슨독트린으로 유명하다.

닉슨 독트린의 요체는 "미국은 다른 나라의 국방과 경제를 떠맡지 않을 것이며 당사국 스스로 1차 방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이 일부 철수함으로써 당시 한국은 극심한 안보불안을 겪어야 했다.

▲닉슨은 월남전 종식을 위해 월맹을 맹폭했다.

강경 대응으로 결국 월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고, 결국 공산화됐지만 미국은 월남에서 손을 뗐다.

사실상 미국의 패배로 끝난 월남전의 상실감과 후유증 치유를 위해 뛰기 시작한 그는 '죽의 장막' 속에 웅크리고 있던 중국을 세계무대로 끌어내고, 소련과의 데탕트를 추진하는 등 화려한 외교적 업적을 이룩했다.

그의 탁월한 지도력은 월남전 패배로 추락한 미국의 리더십과 미국인의 손상된 자존심을 회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닉슨은 탄핵의 삭풍을 맞는다.

한 언론의 보도로 드러난 '워터게이트 사건(Watergate Case)'이 발단이 됐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6월 닉슨의 재선운동과정에서 비밀공작반이 워싱턴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는 민주당 본부에 침입해 도청장치 설치를 시도한 사건이다.

진실이 파헤쳐지자 국민들은 사건 본질보다도 그동안 자신은 결백하다고 주장한 대통령의 거짓말에 더 분개했다.

▲의회는 닉슨 대통령의 탄핵 심의에 착수, 1974년 8월 하원 법사위원회서 탄핵안을 가결했다.

궁지에 몰린 닉슨은 대통령직을 즉각 사임했다.

그의 빛나는 업적도 전혀 무의미했다.

그에게는 위대한 대통령의 꿈은 사라지고 임기중 사임한 첫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만 남았다.

미국서 처음 탄핵이 발의된 대통령은 17대 앤드루 존슨이다.

그는 의회모독을 이유로 1868년 탄핵에 부쳐졌다.

탄핵안은 하원서 가결됐으나 상원서 1표차로 가까스로 부결돼 그는 임기를 채울 수 있었다.

▲존슨과 비슷하게 고비를 넘긴 또 한사람의 대통령이 빌 클린턴이다

성추문으로 비롯된 탄핵안은 하원서 통과됐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대통령은 아니지만 지난해 10월 캘리포니아주의 민주당 출신 주지사가 주민투표에 의해 탄핵되고 공화당의 영화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새 주지사 자리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탄핵은 위법한 고위공직자를 제재하기 위한 수단이다.

요건의 논란은 있을 수 있으나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된 제도이고 절차다.

탄핵안 발의가 남용돼서도 안되지만 그것이 쿠데타인양 터부시 돼서도 안된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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